[부처님오신날] 복합문화공간 ‘쿠무다’ 카페-공연장-숙박시설-법당이 한곳에 주석 스님이 직접 문 열고 가르침 전파
복합문화공간 쿠무다.
‘복합문화공간 쿠무다’는 부산 송정해수욕장을 찾는 이들에게 낯설지 않은 곳이다. 하지만 이 공간을 일군 이가 승복을 입은 비구니 스님이라는 것, 그리고 쿠무다의 뜻이 본래 청정한 부처님의 가르침을 뜻하는 ‘하얀 연꽃’임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2010년 여름, 주석 스님은 지리산을 떠나 바다로 향했다. 때론 지리산의 깊은 숨결이 그리웠지만 넓은 바다가 일러주는 무한한 항로를 놓칠 수 없었다. 한 건물 안에 북카페 쿠무다와 대원사가 문을 열었다. 신도들이 대원사를 찾는 일은 당연했지만, 승복을 입은 스님이 1층 카페에서 커피를 내리는 모습은 낯설었다. 새벽엔 향내, 늦은 오후에는 원두향이 스님의 승복에 스며들었다.
북카페에서는 음악 공연도 펼쳐졌다. 신인 작가들을 위한 전시공간도 열어두었다. 대원사 부처님은 클래식을 듣다가도 크림치즈가 듬뿍 담긴 디저트 공양을 받기도 했다. 복합문화공간 쿠무다라는 이름은 모든 낯섦을 익숙함으로 변화시켜나갔다.
불교와 문화의 다양한 만남을 전법의 새로운 이정표로 세운 주석 스님. e붓다 제공
복합문화공간이라는 새로운 항로를 열어나갈 때, 그에게도 두려움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칠흑 같은 바다에서도 반짝이는 북극성을 만나면 길을 잃지 않는다. 그는 항로를 잃지 않고 송정 앞바다에 하얀 연꽃을 피웠다.
사찰이라는 단어가 주는 한계를 깨뜨리고, 대신 하얀 연꽃 한 송이를 피웠다. 코에 와 닿는 향기가 연꽃에서 온 것임을 안다면 다행이지만, 몰라도 어떠랴. 향을 음미하였다면, 그리하여 행복했다면 그것으로도 주석 스님은 자신의 할 일을 다 마쳤다,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최은영 e붓다 기자 cuky121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