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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 감사합니다, 목요일이라니” 주 4일제, 정말 도입될까[김성모 기자의 신비월드]

입력 | 2022-05-01 08:00:00

글로벌 신(新) 비즈니스 가이드(11)






‘신비월드’는 세계 각국에서 세상을 이롭게 이끄는 혁신적인 기업과 새로운 정보기술(IT) 소식들을 소개합니다. ‘파괴적 혁신’을 꾀하는 스타트업부터 글로벌 주요 기업까지, 빠르게 변해가는 ‘신(新) 글로벌 비즈니스’를 알차게 전달하겠습니다.


● “Thank God, It‘s Thursday” (TGIT·하느님 감사합니다, 오늘이 목요일이라니)
’월화수목일일일‘의 시대가 열릴까. 해외에서 주 4일제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해외 직장인들은 들뜬 분위기다. 온라인에서는 “’TGIF‘(Thank God, It’s Friday)가 아니라, ‘TGIT’라고 불러야한다”며 환호했다. TGIF는 주말의 해방감을 뜻하는 관용어다. 반면, “수년 전부터 언론에서 주 4일제가 금방 도입될 것처럼 언급했지만, 우리는 여전히 주 5일 일하고 있다. 이는 마치 ‘하늘을 나는 자동차’ 이야기와 같다”는 비관적인 목소리도 나왔다.

최근 미국에서는 50개주 중 인구가 가장 많은 캘리포니아(3900만 명)가 ‘주 4일제’ 법제화에 시동을 걸었다. 캘리포니아 주의회는 최근 500명 이상 직원을 보유한 기업을 대상으로 ‘주 4일·32시간 근무제’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지난달 18일(현지 시간) 발의했다. 이전 주 5일·40시간에서 8시간이 줄었다. 이에 따른 임금 삭감은 금지되고, 32시간보다 더 많이 일할 때는 정규 급여의 1.5배 이상 수당을 지급하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법안이 통과되면 캘리포니아 기업 2600여 곳과 주 노동인력 5분의 1이 영향을 받게 된다. 법안 발의를 주도한 집권 민주당의 크리스티나 가르시아 주의회 의원은 “과거 산업혁명 시대 때의 근무 스케줄을 아직도 고수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더 많이 일한다고 해서 반드시 생산성이 향상된다는 보장이 없다고 주장했다. 세계 정보기술(IT) 산업의 메카로 꼽히는 실리콘밸리를 보유한 캘리포니아가 주 4일제를 도입하면 미국의 나머지 주는 물론 세계 IT 업계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에서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최근 주 4일제가 속속 도입되고 있다. 전자·중공업 대기업 히타치는 올해 안으로 직원 1만5000여 명을 대상으로 총 근로시간과 급여를 낮추지 않으면서 주 4일만 근무할 수 있는 유연근무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파나소닉, NEC 등 다른 대기업 또한 주 4일제 시행을 준비 중이다. IT·제조 등 글로벌 산업을 이끄는 두 국가에서 정부와 주요 기업들이 주 4일제를 꺼내든 것이다.

일러스트 김충민 기자 kcm0514@donga.com




● 주 4일제의 물결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이미 주 4일 근무제가 자리를 잡고 있다. 북유럽 국가인 아이슬란드는 2015년부터 회사원, 유치원 교사, 병원 종사자 등 여러 직군을 대상으로 국가적 차원에서 주 4일 근무를 시범 운영하기 시작했다. 현재는 노동자의 약 85%가 임금 감소 없이 주 4일 일하고 있다. 스웨덴에서도 2014년부터 일부 지방자치단체와 기업들이 하루 노동시간을 6시간으로 2시간 단축하는 실험을 했다.

최근에는 뉴질랜드, 스페인, 벨기에, 영국 등으로 주 4일제가 확산되고 있다. 뉴질랜드에서는 생활용품 기업 유니레버에서 일하는 81명의 직원이 현재 1년 동안 주 4일 근무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스페인에서도 지난해 이와 같은 시범 프로그램을 도입했는데, 200개 중소기업 직원 6000여 명이 대상이다. 스페인 정부는 이를 위해 5000만 유로(약 670억 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사업 첫 해에 정부가 추가 비용의 전액을 보상하고 두 번째 해에는 50%, 세 번째 해에는 33%를 보상한다.

벨기에는 기존 법정 근로시간 내에서 하루 근무시간을 줄이는 유연근무 방식의 주 4일제를 허용했고, 스코틀랜드 정부도 내년부터 6개월간 실험을 진행한다.

영국에서는 2010년대 중후반부터 녹색당, 노동당 등 진보 정당을 중심으로 주 4일제가 꾸준히 논의돼왔다. 그러다가 최근 본격적으로 관련 프로그램에 돌입했다. 영국 전역의 60개 회사에서 일하는 직장인 3000명이 주 4근무제를 시행할 예정이라고 지난달 4일(현지 시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영국 옥스퍼드·캠브리지대와 미국 보스턴대가 운영하는 ‘포데이위크글로벌’(4 Day Week Global) 프로그램에 참가하기로 한 것이다.


출처: 픽사베이




● ‘하늘을 나는 자동차’ 같은 ‘주 4일제’
주 5일제는 1908년 미국 뉴잉글랜드 지역의 한 공장이 토요일 안식일을 중요시하는 유대인 노동자들을 받아들이기 위해 시작했다. 이후 1922년 포드 자동차 창업주 헨리 포드가 이를 도입하면서 미국 전역에 주 5일 근무가 확산됐다.

포드가 직원들에게 하루의 휴일을 더 줄 수 있었던 것은 제조 공정의 혁신이 바탕이 됐다. 포드는 이동식 조립라인인 컨베이어 벨트를 깔고, 제조 단가를 혁신적으로 낮추는 데 성공했다. ‘모델T’ 차량의 생산량은 1910년대에 연 3만 대 가량에서 1920년대 100만 대 이상으로 폭발적으로 늘었다. 이를 통해 직원들의 노동 시간을 줄일 수 있었던 것이다. 제조업에서는 “포드가 보급형 자동차의 시대를 열었다”고 평가하는데, 다른 한 편으로는 ‘주 5일제의 시대’도 연 셈이다. 포드는 토요일과 일요일에 공장 기계를 꺼버렸다고 한다.

당시 스타 경제학자였던 존 메이너드 케인즈는 “2030년쯤이면 사람들이 주당 15시간만 일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직까지는 케인즈가 틀렸다. 이후 꽤나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미국 등에서 노동 시간은 40시간으로 굳어졌다. 뉴욕타임스(NYT)는 “주 4일이 주어진다면?”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2019년 보도했다. NYT는 “반 세기 동안 주 4일 근무가 논의됐는데 변함이 없다. 왜 이렇게 오래 걸릴까”라며 “이는 ‘노동의 하늘을 나는 자동차’ 같다. 수십 년 동안 코앞에 다가온 것처럼 보였다”고 비꼬았다. 금방 되지 않을 것이란 것도 알았던 것 같다. “미국에서 조만간 그렇게(주 4일제 도입) 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는 애덤 그랜트 미 펜실베이니아대 와튼경영대학원 조직심리학 교수의 견해도 담았다.
 

포드의 컨베이어 벨트. 출처: 미국 자동차박물관 캡처




● 왜 하필 지금?
이번에는 분위기가 좀 달라 보인다. 캘리포니아주 정부가 법으로 주 4일 근무를 의무화하겠다고 나선 점이 그렇다. 일본의 대기업들이 앞장 선 것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향후 언급할 예정인 한국도 일부 기업들이 주 4일제를 시도하고 있다. 일 많이 하기로 유명한 주요 국가들이 속속 주 4일제에 발을 담그기 시작한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미국의 연 평균 노동시간은 2020년 기준 1767시간(6위)으로 OECD 38개국 평균(1687시간)보다 높았다. 한국은 1908시간으로 3위였고, 일본은 1598시간으로 17위였다. 1위는 멕시코(2124시간)였다.

팬데믹(대유행)이 막 저물기 시작한 이 시기에 주 4일제가 가속화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에서는 일단 구인난 이야기가 많다. 일 할 사람이 부족한데 내부에 있는 사람도 나가려고 하니, 회사가 직원들이 원하는 것을 맞춰줘야 한다는 해석이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2월 미국 전체 퇴직자는 610만 명으로 전월보다 약 5만 명 늘었다. 이중 자발적 퇴직자는 440만 명에 달한다. 미국의 자발적 퇴직자는 지난해 11월 450만 명으로 20여 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올해 2월에도 비슷한 숫자가 집계됐다. 외신들은 이를 두고 ‘대 사직의 시대’(The Great Resignation)라고 부르고 있다.

퇴사자가 줄을 잇는 가운데 주 4일제에 대한 직장인들의 반응은 뜨겁다. 미 컴퓨터 소프트웨어 회사인 퀄트릭스가 최근 직원 10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92%가 주 4일 근무를 지지했다. 돈 문제도 아닌 듯하다. 37%의 응답자는 “주 4일제 도입의 대가로 급여 5%를 삭감할 용의가 있다”고까지 했다.


펜실베니아=AP·뉴시스




● 퇴근하는 기분, 2년 동안 못 느꼈다
구인난이 발생한 이유는 복합적이다. 많은 사람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거치면서 ‘번아웃’을 느꼈다. 이 기간 집에서 가족과 머물면서 ‘일에 대한 관념’이 바뀌기도 했다. 아직 코로나19의 후유증에 시달리거나, 보육 문제 등으로 어쩔 수 없이 직장에 돌아가지 못하는 이들도 있다. WSJ은 “사람들이 그 어느 때보다 더 높은 비율로 직장을 그만두고 있는데, 스트레스, 번아웃 등이 크게 작용했다”고 했다.

앞서, 신비월드 8화(코로나19 이후 사무실은 다시 붐빌까?)에서 MZ세대(밀레니얼, Z세대)의 이탈을 상세히 언급한 바 있다. 각국 정부의 재정 확대로 주식, 부동산 등 각종 자산 가격이 올랐고, 뚱뚱해진 계좌를 믿고 회사를 그만두는 젊은층이 늘었다는 분석이다. NYT는 이를 두고 ‘욜로 이코노미’라고 설명했다.

이는 일부에 불과하다는 의견도 많다. 대다수의 현실은 그렇게 장밋빛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외신들을 살펴보면, 현재 미국에서는 사람들이 팬데믹을 겪으면서 느끼는 정신적인 피로감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 직장인들이 회사를 그만둬 생긴 구인난을 경제 문제 이상으로 여기는 듯하다. 사회적 동력을 상실할까 우려하는 것이다.

그럴 만하다. 직장인들은 2년 가까이 붐비는 버스 대신, 침대에서 거실이나 서재로 이동해 하루를 시작했다. 이메일을 체크하고 화상 회의를 하는 등 분주함은 여전했지만, 가상세계에서 현실로 돌아온 순간 집 안 가득 차 있는 적막감을 느끼곤 했다. 또는 관심을 바라는 자녀나 애완견에게 쉬는 시간을 할애해야 했다. 거실에서 다시 침대에 들어서기까지 PC가 켜져 있는 것이 다반사였고, 이는 출근과 퇴근의 개념을 모호하게 만들었다.

실제로 직장인들이 코로나19 기간 동안 더 오래 일했다는 분석도 있다. 소프트웨어 기업 아틀라시안의 연구원들은 65개 국가의 직장인들의 행동을 조사했다. 업무 때 쓰는 프로그램의 접속 시간을 측정했는데,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시작된 2020년 3월에 근무 시간이 길어지기 시작했다는 것이 발견됐다. 2020년 4월과 5월의 평균 근무일은 1월과 2월보다 30분 더 길었다. 대부분의 추가 업무는 저녁에 하는 경향을 보였다.

가장 추가적으로 일을 많이 한 나라는 이스라엘(평균 47분 더 근무)이었다. 남아공(38분)과 미국(32분), 호주(32분) 등이 뒤를 이었다. 팬데믹 이후 한국은 7분, 일본은 16분 평소보다 더 일한 것으로 집계됐다.

아틀라시안은 사람들이 대유행 전보다 낮에 더 적게 일하고, 아침과 저녁에 더 많은 작업을 한다는 점도 발견했다. 재택근무의 유연성을 활용하는 측면이 있지만, 과거 자유 시간이었을 시간이 잠식되고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미 공영라디오방송 NPR은 지난해 10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의료계 종사자들의 번아웃에 대해 다룬 바 있다. 출처: NPR 홈페이지 캡처



● ‘반(反) 야망의 시대’
NYT는 정부가 코로나19 초기에 직업군을 ‘필수’나 ‘비(非)필수’로 갈라놓은 것을 올해 2월 비판했다. NYT는 “중환자실 간호사나 호흡기내과 의사는 명백히 필수적인 직업군”이라며 “아마존 창고 직원이나 슈퍼마켓 계산원도 필수적인 직업으로 분류됐는데, (비필수로 분류된 직장인은) 집에서 마케팅 보고서를 만든다. ‘비필수적’이라는 말은 은근히 허무주의를 불러일킨다”고 꼬집었다. 단순히 재택근무의 가능 여부를 따지는 분류에 ‘필수’라는 단어를 넣어 사람들의 소명 의식을 깎아내리게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팬데믹은 직장인들의 성공에 대한 열망을 미지근하게 만들었다. NYT는 “필수적이든 비필수적이든, 원격이든 대면이든, 대부분의 사람들이 현재 일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며 “현재 직업이 불러일으키는 주된 감정은 견디겠다는 결의”라고 미국 분위기를 전했다. 사람들의 일 할 의지가 꺾였다는 것을 표현한 것이다. NYT는 이를 ‘반(反) 야망의 시대’(The Age of Anti-Ambition)라고 표현했다.

이처럼 미국의 현재 구인난은 단순히 월급 수준의 문제로 설명하기 어려워 보인다. 누적된 피로감과 전염병에 대한 두려움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주 4일제도 이러한 차원에서 논의가 활발해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인적자원관리협회에 따르면 2020년 미국 고용주의 32%가 직원들에게 주 4일 근무를 제안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와 관련해 “노동력 부족이 병원부터 호텔, 슈퍼마켓, 항공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업들을 타격하고 있다”며 “고용주는 근로자를 유지할 수 있는 창의적인 방법을 생각해 냈다”고 설명했다.

일을 많이 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는 한국에서도 일부 IT 기업을 중심으로 주 4일 근무를 시행하거나 도입을 준비 중이다. 교육 업체 에듀윌은 2019년 6월 하루 8시간씩 주 32시간을 일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과 숙박플랫폼 여기어때는 월요일 오후 1시에 출근하는 주 4.5일제를 시행하고 있다. SK그룹의 최고 협의 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는 한 달에 두 번, 주 4일 일한다.


우아한형제들 사무실. 출처: 우아한형제들 블로그




● 생산성에 대한 의문이 풀렸다?
그동안 기업들은 근로 시간을 단축하는 것을 강하게 반대해왔다. 임금 비용의 상승과 생산성 저하를 걱정해서다. 최근 각국의 움직임은 이 같은 우려가 해소돼서일까.

수년 간 유럽 국가와 일부 기업들의 테스트 결과를 참고한 듯하다. 주 4일제로 생산성이 떨어지지 않았거나, 오히려 올랐다는 결과가 여럿 있다.

영국 싱크탱크 오토노미와 아이슬란드의 지속가능민주주의(Alda) 연구원들은 아이슬란드의 주 4일 근무 효과를 분석한 결과 생산성과 직원들 건강이 개선됐다고 밝혔다. 일하는 시간이 단축된 현장에서 전체적인 생산량은 줄어들지 않았고, 생산성이 올라간 경우도 발견됐다. 연구원들은 “직원들의 스트레스나 번아웃 현상이 줄어들었다”고 평가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일본 지사는 2019년 8월, 한 달 간 2300명 직원에게 주 4일 근무를 시켰는데, 생산성이 40% 껑충 뛰었다. 타쿠야 히라노 당시 일본 MS 최고경영자(CEO)는 “짧게 일하고 잘 쉬고 많이 배우라”고 직원들에게 전했다. 이어 “어떻게 하면 20% 더 적은 노동 시간으로 동일한 결과를 얻을 수 있는지 생각하고 경험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직원들은 업무 동안 쉬는 시간이 25% 감소했고, 쉬는 날이 늘면서 사무실 전기 사용량과 종이 사용량도 각각 23%, 59% 줄어들었다. 직원 중 92%가 이 프로젝트에 만족했다.

국내에서도 효과를 봤다는 회사가 있다. 에듀윌은 주 4일제 도입 초기 업무 강도가 높았지만, 시스템 개편과 일자리 나누기 등으로 부작용을 보완해나갔다. 제도 시행 전 470명이었던 직원은 750명으로 늘었다. 연 매출은 800억 원대에서 1100억 원대로 올랐다. 주 4일제와 실적과의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지만, 결과적으로 좋은 성적을 거둔 셈이다.

2018년 말 이와 관련된 실험을 진행한 경영 전문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는 “산만한 8시간보다 집중적으로 일한 6시간에 더 많은 성과가 나타났다”고 했다. 또 “다른 연구에서 평균적인 직장인은 하루 74번 이메일을 확인했고, 2617번 스마트폰을 만진다”며 직원들의 산만하고 과민한 상태를 지적했다. 집중해서 일하면 기존보다 짧게 일해도 똑같은 업무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의미다.

에듀윌은 2019년부터 주 4일 근무제를 적용 중이다. 에듀윌 제공




● “주 5일제 도입에 50년 걸렸다는 점을 기억하라”
물론 이러한 실험 결과에는 허점이 있을 수 있다. 피실험자가 자신이 관찰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 능률이 일시적으로 상승하거나, 행동의 변화를 일으키는 ‘호손효과’가 작동했을 수 있다. 결과가 평소와 다르게 왜곡되거나 과장됐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주 4일제 도입에 적극적이거나 효과를 봤다는 회사들이 금융이나 IT 분야에 집중돼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구인난, 개발자를 중심으로 ‘인재 쟁탈전’을 벌이는 회사와 과로를 호소하는 직원들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반대로, 근무 시간을 늘리고 싶다는 직원도 있었다. 영국 싱크탱크인 소셜마켓재단(SMF)의 지난해 조사에서 서비스 업종 직원 7명 중 1명은 “더 오래 일하고 싶다”고 답했다. 이들은 줄어든 업무 시간만큼 보상이 줄어드는 것을 우려했다.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사업성과를 좌우하는 업종에 주 4일제가 효과적일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사무실에서 벗어나, 더 많이 체험하고 교육받은 직원이 생산성을 뛰어 넘는 결과물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직원들의 생산성을 연구하는 크리스 베일리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지식 작업’ 시대에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생산성을 측정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며 “이 경우 활동(업무량)이 아닌 영향을 보는 것이 가장 좋다”고 했다.

산업 및 업종 별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는다. 일부 업종에서는 직원들의 생산성과 무관하게 추가 채용이 필요할 수 있다. 서비스나 사업장 유지를 위한 인력이 필요할 수 있어서다. 그런 경우 기업의 추가적인 비용을 누가 얼마나 부담할 것인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전문가들은 점진적이고 자율적인 도입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앤서니 뷔엘 시드니공과대 비즈니스스쿨 교수는 “주 5일제가 정착되기까지 50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며 “주 4일제가 한 번에 광범위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노사 간 진통 등 다양한 갈등이 발생할 것이기 때문에 점진적으로 와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주 4일제 도입을 고려 중이라면 직원들의 소속감과 안정감을 유지할 수 있는 보완책이 필요해 보인다. NYT는 “아이슬란드의 주 4일제 실험 보고서에서 관리자가 직원 교육이나 회식 등 단체 활동을 꾸려나가는 것이 전보다 힘들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직원 간 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는지도 수시로 체크해야 한다. 이서영 노무사는 “근무 제도를 바꾸면 임금, 휴일, 각종 복지 제도뿐만 아니라 조직문화까지 전반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며 “제도를 정비하고 구성원들과 효율성 및 장단점을 충분히 소통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 ‘관심 경제’(Attention Economy)와 ‘워라밸 빈부격차’
직원들의 업무 시간 단축이 기업들에게 부담만 되는 것은 아니다. 특정 기업들에게는 기회일 수 있다. 당장 여행 등 레저 산업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휴일이 하루 더 늘면서 사람들의 외부 활동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IT 업체들에게 ‘시간’은 금과 같다. 기업들이 고객이 PC와 스마트폰에서 머무는 한정된 시간을 두고 각축전을 벌이기 때문이다. 피터 드러커, 토머스 프리드먼 등과 함께 세계적인 경영 전략가로 불리는 토머스 데이븐포트 미국 뱁슨대 석좌교수는 이를 ‘관심 경제’라고 불렀다. 주 4일제가 도입되면 사람들에게 하루에 시간이 더 주어지는 만큼 디지털 콘텐츠 소비 등이 늘어날 수 있다. ‘전체 파이’가 커지는 셈이다.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밸’의 빈부격차는 확대될 수 있다. 누군가 3일의 주말을 보내기 위해 호텔스닷컴을 접속하고 있을 때, 누구는 일자리 구인 사이트를 들락거릴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일부는 자녀 돌봄 등의 문제로 골머리를 앓을지 모른다. 어찌됐든 기업 전략과 사람들의 삶의 패턴이 크게 바뀔 것이란 점은 분명해 보인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