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민주당 ‘수사권 박탈’ 정면충돌 3시간 넘게 고검장 회의 열어 민주 강경파, 법안처리 강행의지 尹당선인, 검찰 반발 거리두기
더불어민주당이 ‘검수완박’ 입법 움직임을 보이자 김오수 검찰총장(왼쪽 사진)이 8일 전국 고검장 회의를 열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날 국회에서 비상대책위원회 회의를 연 민주당 지도부(오른쪽 사진)는 검찰의 집단행동을 비판하며 법안 처리 방침에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뉴스1·사진공동취재단
“헌법상 규정된 검사의 책무 수행을 불가능하게 하는 헌법질서 파괴 행위다.”(권순정 부산지검 서부지청장)
“공직자의 본분을 망각하고 국회의 정당한 입법 활동에 대한 집단적 반발 움직임을 조성하는 검찰의 행태에 대해 엄중히 경고한다.”(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원내대변인)
검찰과 민주당이 8일 정면충돌했다. 민주당이 검찰의 직접수사권을 폐지하는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처리 움직임을 본격화하자 대검찰청을 비롯해 각 지방검찰청에서 반대 의견을 봇물처럼 쏟아낸 것이다.
○ 발칵 뒤집힌 檢 “검수완박, 대가 치를 것”
검사들의 반발은 이날 오전 권상대 대검 정책기획과장(부장검사)이 김오수 검찰총장의 재가를 거쳐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글을 올리면서 가시화됐다. 권 과장은 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 사보임 소식을 언급하며 “이번 사보임으로 국회법상 안건조정위가 민주당 3명, 국민의힘 2명, 무소속 1명 구도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민주당과 무소속 의원이 동일한 의견을 갖고 있으면 소위심사를 종료하고 전체회의, 본회의 일정이 한 달 내에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전날 국회 법사위에서 민주당 박성준 의원이 빠지고 민주당 출신 무소속 양향자 의원이 들어간 게 검수완박 법안 처리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라는 것이다.검찰 최고위급 회의체인 전국 고등검사장 회의에서도 이 법 처리에 대한 반대 의사를 모았다. 김 총장 주재로 회의를 마친 뒤 이들은 465자 분량의 입장문을 내 “국민들의 억울함과 인권침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직접 보고 들은 것을 토대로 판단하는 것이 최소한의 안전장치이므로 (검찰의 수사권은) 어떠한 경우에도 유지돼야 한다”고 했다. 김 총장의 사퇴 등 거취와 관련된 논의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 총장은 11일 오전 10시 전국 검사장 회의를 열어 전국 18개 지방검찰청의 의견 등을 다시 한 번 수렴할 계획이다.
검찰이 집단행동에 나선 것은 국회 다수당인 민주당의 법안 처리를 막기 위해 남은 것은 여론전밖에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검수완박에 반발하며 총장직을 사퇴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하면 거부권 행사가 가능하기 때문에 그때까지 법안 처리를 막아야 한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검찰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가 검찰개혁을 내세우면서 적폐이자 개혁 대상으로 몰렸던 설움이 이번에 폭발한 것”이라고 했다.
○ 민주당 강경파 “검찰이 자초”
검수완박 논의는 민주당 강경파 초선 의원 모임인 ‘처럼회’가 주도하고 있다. 윤 당선인의 거부권 행사를 막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종료일인 5월 9일까지 입법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일부 열성 지지자도 ‘문자폭탄’을 보내며 검수완박 법안 처리를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 황운하 의원은 이날 의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시급한 법안인 검찰 직접수사권 근거 조항 삭제부터 우선 처리하고 5월 10일 이후 보완책을 마련해 나가자”며 “검찰 수사권을 폐지한다고 해서 검찰의 6대 범죄 수사권이 경찰로 가는 게 아니라 그냥 증발한다”고도 했다. 윤 당선인 취임 전 법 처리를 서두르고 민주당을 향한 수사 총량을 줄이려는 의도가 담겼다는 해석이 나온다.
윤 당선인은 집무실 퇴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검찰 집단 반발에 대해 “나는 국민들 먹고사는 것만 신경 쓸랍니다”라며 거리를 뒀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신희철 기자 hc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