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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정원수]公試 경쟁률 30년 만의 최저

입력 | 2022-04-04 03:00:00


‘왕복 버스와 시험장 인근 리조트 숙박, 식사가 포함된 10만 원 상당의 1박 2일 패키지.’ 9급 공무원 시험 경쟁률이 한창이던 2010년대 초반 원정 시험을 치르는 지방 수험생을 위한 이런 서비스가 성업했다. 평소 주말엔 오전 6시 25분에 출발하는 부산발 서울행 KTX 열차가 시험 당일엔 오전 4시 50분으로 앞당겨졌다. KTX를 이용하기 불편한 곳에선 시험 당일 새벽에 출발하는 전용 심야버스도 생겼다. 공무원시험 열기가 만든 진풍경인데, 지금은 대부분 사라졌다.

▷2일 실시된 올해 국가직 9급 공무원 시험 경쟁률이 29.2 대 1로 집계됐다. 응시율은 77%로 실질 경쟁률은 22.5 대 1이었다. 1992년의 19 대 1 이후 30년 만의 최저 경쟁률이다. 9급 공무원시험 경쟁률은 1990년대 중반까진 40 대 1 정도였다. 경제 위기마다 경쟁률이 치솟았다가 이후 하락했다. 외환위기 때인 1998년 80 대 1, 글로벌 경제위기 직후인 2011년엔 역대 최대인 93 대 1이었다. 지금보다 3배 정도 경쟁률이 높았다.

▷시험을 주관하는 인사혁신처는 공무원연금 개혁과 시험 과목 변경 등을 원인으로 추정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 때 공무원연금제도가 바뀌면서 2016년 이후 입직한 공무원은 국민연금과 비교해 납부액 대비 수령액에서 이점이 사라졌다. 이후 전체 퇴직 공무원 중 5년 이하 재직한 젊은 공무원의 퇴직 비율이 급증했다. 직무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고교 과목을 줄이고 그 대신 행정법 같은 직렬별 전공과목을 추가하는 쪽으로 제도가 바뀌었다. 시험이 어려워지면서 ‘허수 지원자’가 감소해 경쟁률 거품이 꺼졌다는 것이다.

▷젊은 세대의 인식 변화로 장기적으로 공무원에 대한 인기가 더 시들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지난해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13∼34세가 가장 근무하고 싶은 직장은 대기업이었다. 공무원이 1위 자리를 내준 것은 2006년 이후 15년 만이다. 행정안전부가 1980∼2000년생 주니어 공무원을 대상으로 2년 전 설문조사를 한 결과 10명 중 6명이 이직을 고민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보고서만 적어 내라는 조직문화, 성과가 아닌 서열 위주의 보상체계에 대한 거부감이 컸다.

▷과거보다 줄어들긴 했지만 취업준비생 10명 중 3명은 여전히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공시족(公試族)이다. 이들이 경제활동에 참여하지 않고, 시험 준비를 함으로써 발생하는 기회비용이 연간 17조 원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다. 젊은층이 좀 더 창의적인 분야에서 일할 수 있도록 민간 일자리를 늘리고 공직사회 채용 구조를 시대에 맞게 바꾸는 일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정원수 논설위원 need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