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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라루스 접경 “파병 집결” 軍헬기 굉음… “민간인 떠나라” 검문

입력 | 2022-03-03 03:00:00

[폴란드-벨라루스 접경 르포]
벨라루스 1km-우크라와 10km 마을… ‘벨라루스軍 파병 준비 끝’ 소문 파다
“이 지역 한동안 시끄러워질것 같다”… 인근서 우크라-러 2차 협상 예고
우크라 “2차 회담도 입장 고수할것”




“항전” 우크라로 들어가는 청년들 우크라이나인으로 추정되는 청년들이 2일 러시아군에 맞선 항전에 동참하기 위해 폴란드 메디카 국경 검문소를 통해 우크라이나로 가고 있다. 우크라이나인들은 민병대에 자원하기 위해 해외에서도 대거 귀국하고 있다. 메디카=AP 뉴시스



브워다바=김윤종 특파원

“더 이상 들어갈 수 없습니다.”

1일 오후 4시 폴란드 동부 국경마을 브워다바에 진입하려 하자 경찰이 기자가 탄 차량을 막아섰다. 군사보호구역이 아닌 일반도로인데도 왜 진입을 막느냐고 묻자 경찰은 “지역주민이거나 정부 허가증이 있어야만 접근이 허용된다”고 했다. 경찰은 기자를 차량에서 내리게 한 후 신분증, 프레스카드, 카메라, 스마트폰 등을 꼼꼼히 검사했다. 어딘가와 통화를 한 후 “언론 취재도 국경수비대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 지역에서 빨리 나가라”며 쫓아냈다.
○ 삼엄한 벨라루스-폴란드 국경
이 마을은 친러시아 국가인 벨라루스 국경과 불과 1km 거리에 있다. 우크라이나와도 10km 거리에 불과하다. 벨라루스군이 이번 주 우크라이나에 파병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면서 경비가 삼엄해진 것이다. 기자가 경찰과 대화를 나누는 동안 하늘에서는 계속 군용 헬기가 그 일대를 오가며 굉음을 냈다. 이 지역은 폴란드 정부 시행령에 따라 특별통제 관리구역으로 지정돼 민간인 출입이 통제됐다.

이날 지역 일대에는 벨라루스 군대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점령을 돕기 위해 파병 준비를 마쳤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도 이날 “벨라루스 군대는 우크라이나 국경과 가까운 핀스크를 중심으로 집결했다”고 발표했다.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로 통하는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이날 “위험한 사태가 발생하면 우리도 2, 3일 내에 병력을 모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벨라루스 벨타통신은 전했다. 이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전쟁에 관여하지 말아 달라”고 벨라루스에 호소했다. 우크라이나 의회는 이날 트위터에 벨라루스군 33개 부대가 우크라이나에 진입했다는 글을 올렸다. 다만 미국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벨라루스 정부가 상정한 핵무장 허용 개헌안이 지난달 28일 국민투표로 통과되면서 국경지대 긴장이 더욱 높아졌다고 주민들은 전했다. 안토니 씨는 “벨라루스 때문에 이 지역도 한동안 시끄러워질 것 같다. 푸틴, 루카셴코 둘 다 싫다”고 말했다.


○ 2일 2차 회담 앞두고 긴장감
국가 간 군사력 비교지표인 ‘글로벌파이어파워(GFP)’를 보면 벨라루스 군사력은 병사 45만 명(예비군 포함), 전투항공기 100대 이상, 탱크 600대 등으로 세계 53위다. 이라크, 헝가리 등과 유사한 수준으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치열한 교전 중인 가운데 벨라루스군이 가세할 경우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고 군사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또 벨라루스가 러시아 동맹의 서부 최전선이라면 폴란드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동부 최전선이다. 양국 간에는 미사일 배치 등을 두고 러시아와 미국 등 서방과의 대리전이 확산될 우려가 크다. 독일 싱크탱크인 유럽외교관계협회(ECFR)의 구스타프 그레셀 수석연구원은 “벨라루스군의 파병 움직임은 푸틴의 계획 중 일부이며 향후 벨라루스 때문에 더 많은 군사 충돌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벨라루스 국경 일대에선 2일 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2차 회담이 열릴 예정이다. 스푸트니크통신에 따르면 올렉시 아레스토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장 고문은 “2차 회담이 2일 밤 열릴 것”이라며 “이번이 두 번째지만 똑같을 것 같다. 우리는 우리 입장을 고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대표단도 “2일부터 우크라이나 협상단을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다. 양측은 지난달 28일 벨라루스 남동부 고멜 지역에서 1차 회담을 했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



브워다바=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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