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로드중
요즘 유튜브에선 ‘왕망치 스테이크’로 불리는 토마호크 스테이크 굽기 영상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조회수가 수백만에 달하는 유튜버들도 있다. 티본, 엘본 스테이크 굽기 영상도 많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집에서 음식을 해 먹는 트렌드까지 형성되며 우리나라가 지난해 미국산 쇠고기 최대 수입국에 올랐다. 2020년까지는 일본이 최대 수입국이었는데, 지난해 역전됐다. 2008년 ‘뇌 송송 구멍 탁’의 광우병 파동을 겪은 지 13년 만이다.
▷우리나라가 지난해 1∼11월 미국에서 수입한 쇠고기는 25만 t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16% 증가했다. 금액으론 21억 달러를 넘어 39% 증가했다. 미국산의 국내 수입 쇠고기 점유율도 54%에 달한다. 2000년대 초 한때 ‘LA갈비’를 내세워 국내 시장을 점령했지만 광우병 파동 등 곡절을 겪으며 호주산에 1위를 내줬다가 다시 시장을 장악하고 물량도 크게 늘린 것이다.
▷격세지감이 들지 않을 수 없다. MBC PD수첩은 그해 4월 “한국인이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를 먹으면 인간광우병에 걸릴 확률이 94%”라는 보도로 한국 사회를 공포와 혼란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미국산 쇠고기를 먹으면 뇌에 구멍이 뚫려 죽는다” “공기로도 감염된다” 등 괴담이 번졌고, 유모차 부대 등까지 광화문으로 쏟아졌다. 그 뒤 광우병 사망자가 있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광고 로드중
▷요즘 미국산 쇠고기를 사 먹으며 “혹시 광우병?”을 우려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미국산 쇠고기를 찾는 이들은 주로 도시에 거주하는 젊은층이 많다고 한다. 가장 큰 이유는 가성비다. 요즘은 냉동육이 아닌 냉장육의 비중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갈비 중심이던 수입 부위는 안심, 등심 등 전통적 부위를 넘어 토마호크, 티본, 포터하우스와 같은 고급 스테이크 부위로 확대되고 있다. 2026년엔 관세가 폐지돼 수입 물량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호주산과의 품질 경쟁도 치열하다. 미국산 쇠고기가 우리의 주요 식자재가 된 사실은 근거 없는 괴담이 시장의 합리적 선택을 끝까지 가로막거나 왜곡하지는 못한다는 점을 새삼 알려주고 있다.
정용관 논설위원 yong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