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 형제, 100만원 담긴 저금통 공주 지구대에 슬쩍 놓고 사라져 인천 60대 여성 2년 연속 익명 기부 재난지원금 선뜻 내놓고 가기도
지난해 12월 30일 초등생 2명이 충남 공주시 금학지구대에 두고 간 돼지저금통 3개가 놓여 있다. 이 초등생들은 100만8400원이 담긴 돼지저금통과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데 써달라’는 내용의 손 편지를 지구대에 전달했다. 충남경찰청 제공
지난해 12월 30일 오후 4시경.
충남 공주시 금학지구대의 폐쇄회로(CC)TV에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남자 어린이 2명이 포착됐다. 공주지역은 이날 대설주의보가 발효돼 눈이 펑펑 내리고 있었다. 두 어린이는 슬금슬금 지구대 문 앞으로 다가오더니 조심스레 검은색 종이가방 하나를 놓았다. 경찰관이 무슨 일인지 확인하기 위해 밖으로 나갔지만 아이들은 이미 사라진 뒤였다.
종이가방 안에는 빨강 파랑 분홍 돼지저금통 3개와 손편지 2장이 들어 있었다. 저금통에 든 현금은 모두 100만8400원이었다. 또박또박 써 내려간 편지에는 “게임기 사려고 모았던 동전이에요. 저희보다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데 써주세요”라고 적혀 있었다.
공주경찰서 금학지구대는 형제가 놓고 간 기부금에 직원들이 그동안 모은 돈을 합쳐 총 120여만 원을 충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전달했다. 심은석 공주경찰서장은 “초등학생이 게임기를 사려고 오랫동안 한 푼 두 푼 모은 돈을 어려운 이웃을 위해 선뜻 내놓다는 게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라며 “조만간 형제에게 표창장을 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예년같지 않은 연말연시지만 전국 각지에서는 ‘얼굴 없는 천사’들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60대 초반으로 보이는 한 여성이 “기부를 하고 싶다”며 인천 중구 영종1동 행정복지센터를 찾은 것은 지난해 12월 29일 오전 11시 반경이었다. 여성이 내민 봉투 안에는 10만 원권 수표 5장과 250만 원권 수표 1장 등 총 300만 원이 들어있었다.
여성의 얼굴을 본 직원은 2020년 11월 찾아와 이름을 알리지 않고 100만 원을 기부한 인물과 동일인이라는 걸 알아차렸다. 2년째 선행을 이어간 여성은 이번에도 신분을 감춘 채 “코로나19와 추운 날씨로 어려움을 겪는 이웃들에게 조금이나마 보탬이 됐으면 한다”는 말을 남기고 행정복지센터를 떠났다.
공주=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인천=공승배 기자 ksb@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