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생물법상 현재 농가에서 키우는 반달곰들은 증식이 금지돼 있다. 이 반달곰들은 불법 증식으로 태어났다. 환경당국은 해당 농가들의 불법 증식을 확인하고 두 마리를 압수해 이곳 청주동물원에서 임시 보호하기로 했다. 정부가 불법 증식으로 태어난 반달곰을 압수해 보호 조치한 것은 처음이다. 녹색연합 등 환경단체들은 “환경부가 국제적 멸종위기종 불법증식의 고리를 끊을 첫 발을 내딛었다”며 환영 메시지를 냈다.
● 반달곰, 다 같은 곰이 아니다
반면 농가에서 철창에 갇혀 사육되는 반달곰은 1981~1985년 말레이시아, 일본, 대만 등에서 수입한 반달곰 493마리의 후예들이다. 이들은 여러 나라에서 섞여서 수입된 데다 사육 과정에서 유전적 배경이 다른 종끼리 섞여 국내 복원사업에 투입하기 어렵다.
반달곰 수입은 농가 소득 증대와 외화벌이 목적으로 1981년부터 시작됐다. 당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전역에서 당시 곰의 쓸개(웅담)가 건강에 좋다는 인식이 있던 터라 많은 농가들이 곰 사육을 시작했다. 그러나 이후 국제사회에서 멸종위기종인 곰을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1985년 7월 국내 곰 수입이 중단됐다.
1993년에는 정부가 ‘멸종 위기에 처한 동식물의 국제 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 가입해 수출 길도 막혔다. CITES는 멸종위기종의 무분별한 포획과 채취, 거래를 국제적으로 금지한다. 이에 판매가 막힌 사육농가들은 국내에서라도 웅담을 팔 수 있게 해 달라고 요구했고, 1999년 24년생 이상 곰의 웅담 채취가 허용됐다. 2005년에는 도축할 수 있는 곰의 나이가 10년생으로 줄었다. 그러나 웅담을 제외한 곰의 식용을 제한하면서 수요가 줄자 곰들의 사육 환경이 점점 열악해졌다. 음식 쓰레기가 섞인 사료를 먹거나, 움직이기도 어려운 철창 안에 갇혀 지내는 곰들이 늘었다.
● “사육 반달곰, 열악한 환경에서 벗어나야”
녹색연합에 따르면 2016년부터 불법으로 태어난 반달곰은 최소 37마리로 파악된다. 사육 반달곰을 증식하다 적발되면 야생생물법에 따라 징역 1년 또는 벌금 1000만 원을 내야 하지만 불법 증식은 이어졌다. 환경단체를 중심으로는 “솜방망이 처벌보다 불법으로 얻는 이득이 더 커서 벌어진 일”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한정애 환경부 장관은 지난달 26일 이 새끼곰들을 보기 위해 청주동물원을 찾았다. 좁은 우리에 갇혀 제대로 씻지도, 관리 받지도 못하던 이 새끼곰들은 현재 동물원에서 건강검진을 받고 조금씩 돌아다니며 적응 훈련을 하고 있다. 한 장관은 “곰 사육은 더 이상 지속되면 안 된다”며 “사육곰이 열악한 환경에서 벗어나 인도적으로 관리되도록 사육곰 농가와 협의해 연말까지 곰 사육 종식 이행 계획안을 마련하는 등 정부가 앞장서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