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연설에 나선 바이든 미국 대통령.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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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끈질긴 외교의 새 시대를 연다.”, “동맹과 함께 인도·태평양에 집중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첫 유엔 무대 일성은 ‘외교’, ‘동맹’, ‘인도·태평양’을 강조하는 데 집중됐다. 아프가니스탄의 혼란스러운 철군 사태를 훌훌 털고 동맹과 함께 중국을 견제하는 데 역량을 쏟겠다는 뜻이다. 다만 전쟁이나 냉전 같은 극단적인 대립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라며 수위를 조절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1일(현지 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총회 연설에서 각국 정상들에게 “우리는 역사의 변곡점에 서 있다. 나는 미국이 어떻게 동맹 및 파트너들과 협력하려 하는지를 여러분과 공유하기 위해 이 자리에 있다”며 운을 뗐다. 그는 이어 “과거의 전쟁들을 계속하는 대신에, 우리는 우리 미래의 키를 쥐고 있는 도전들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 자원을 쏟는 것에 전념하고 있다”며 팬데믹, 기후변화, 무역, 사이버 이슈, 테러리즘 등을 도전 과제로 거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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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유럽연합(EU),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쿼드(Quad) 등에서 미국의 동맹 중시 행보들을 나열한 뒤 “우리는 국제 포럼, 특히 유엔에서 테이블로 돌아왔다”고 선언했다. 이처럼 미국이 국제무대로 복귀했다는 사실을 재차 강조한 것은 최근 아프간 철군과 ‘오커스’(AUKUS·미국 영국 호주의 새 안보협력체) 출범에 따른 다른 동맹국들의 불신을 다독이려는 뜻으로 해석된다.
중국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다분히 중국을 겨냥한 발언도 이날 나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은 격하게 경쟁하고 우리의 가치와 힘으로 이끌 것”이라며 “동맹과 우방을 옹호하고 약소국을 지배하려는 강대국들의 시도에 반대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무력에 의한 영토 변경, 경제적 강압, 기술 착취, 허위정보 유포 등을 견제 대상으로 열거했다. 다만 그는 “우리는 신(新)냉전이나 경직된 블록으로 나뉜 세계를 추구하진 않을 것”이라며 “군사력은 최후의 수단이 돼야 하고 세계 모든 문제의 해법으로 사용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한편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며 친분을 과시했다. 미국은 영국과 호주가 함께 한 오커스의 출범으로 프랑스와 관계가 나빠졌지만 일단은 새로운 협의체의 출범에 공을 들이며 호주와 밀착을 더 강화하기로 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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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은 호주만큼 가깝고 신뢰할 만한 동맹이 없다. 우리는 오랫동안 항상 함께 해 왔다”고 말했다. 모리슨 총리도 바이든 대통령에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당신의 지도력과 집중에 감사하다”고 화답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유엔 연설을 마친 뒤 오후엔 워싱턴로 이동해 백악관에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도 만났다. 백악관은 이후 보도자료를 내고 “이번 회담은 미국과 영국의 강력한 유대 관계를 재확인해줬다”며 “양국 정상은 아프간과 인도·태평양 문제에 관한 일들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다자외교의 대표적인 무대인 유엔 총회 당일에 오커스 회원국인 호주와 영국 정상들을 사실상 골라서 만난 셈이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