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더가 출발했습니다/강혜인, 허환주 지음/208쪽·1만3000원·후마니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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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플랫폼 일자리를 둘러싼 노동 문제를 분석한 책이다. 부제 ‘우리가 만든 어떤 편한 세상에 대하여’처럼 배달 오토바이가 도로 위 무법자로 폭주하게 떠민 건 우리다. 배달 노동자는 왜 목숨을 걸고 달릴 수밖에 없을까? 첫째, 소비자가 빨리 받고 싶어 한다. 둘째, 배달 지연으로 평점이 깎인 기사는 다음 주문을 받기 어려워진다. 셋째, 건수가 곧 소득이므로 많은 주문을 따내야 한다.
부지런하기만 하면 많은 돈을 벌 수 있고 본인이 원하는 시간과 장소를 고를 수 있다는 점은 플랫폼 업체가 말하는 배달 노동의 매력이다. 하지만 최근 3년간 플랫폼 관련 문제를 취재한 기자인 저자들은 현실은 다르다고 말한다. 하루에 40건 이상 100km를 넘게 운전해서 벌 수 있는 일당은 15만∼20만 원. 한 달 일하면 수수료를 제하고 대략 300만 원 내외다. 여기서 오토바이 임차료 보험료 기름값을 빼면 실제로 손에 들어오는 돈은 200만 원이 안 된다. 결코 고소득이라 할 수 없다. 배달 노동자의 대부분은 파트타임이 아니라 풀타임으로 일할 수밖에 없다. 플랫폼 앱은 원하는 시간, 장소만 받는 라이더에게는 다음 주문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라이더들은 빨리 달릴 수밖에 없다.
저자들은 다양한 플랫폼 산업이 새로운 부를 만든 게 아니라 존재하던 부를 추출했을 뿐이라고 비판한다. 플랫폼 노동자에게 가야 할 몫을 플랫폼이 가져갔다는 것이다. 배달 청소 택시 대리운전 등 플랫폼 기업이 제공하는 서비스로 소비자의 삶이 편해졌지만 편리함의 바탕엔 인간의 노동이 있다. 그 노동이 안전하게 이뤄지도록, 그 노동에 합당한 대가가 부여될 수 있도록 우리 사회의 관심이 필요하지 않을까.
손민규 예스24 인문M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