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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라클’한 아프간인 수송작전…왕복 2만km 비행-미사일 위협 뚫어

입력 | 2021-08-25 21:28:00





우리 정부의 현지 재건 활동에 협력했던 아프간인 조력자와 그 가족 391명이 26일 군 수송기를 타고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다. 우리나라가 인도적 이유로 제3국 국민을 대규모로 수송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5일 최종문 외교부 2차관은 “아프간 현지인 직원과 배우자, 미성년 자녀, 부모 등 가족들이 내일 중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수송 인원 중에는 5세 미만 영유아가 100여 명이고 8월에 태어난 갓난아기도 3명 포함됐다.

최 차관은 “이들은 난민이 아니라 한국 정부에 협력한 ‘특별공로자’ 자격으로 국내에 들어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한국에 도착하면 충북 진천에 있는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관련 격리 2주를 포함해 약 6주간 머물 예정이다. 일단 단기 체류 비자로 입국한 뒤 장기 체류 비자로 변경된다. 정부는 개별 면담을 거쳐 영주권을 부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작전명 미라클(기적)’

한국 정부에 협력한 아프간 조력자 구출 작전은 24, 25일(현지 시간) 작전명처럼 극도의 긴박감 속에 진행됐다. 아프간인들에게는 목숨을 건 선택이었고, 우리 정부로서는 왕복 2만 km를 비행해 적진에서 민간인을 구출하는 사상 초유의 시도였다.

● 버스 타고 극적인 카불 공항행




당초 우리 정부는 427명을 수송하려 했다. 36명이 막판에 현지에 남거나 제3국 이송을 원하는 등 한국행을 포기해 391명만 한국으로 이송하기로 했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사실상 한국행을 원하는 아프간 조력자의 100%를 데려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외국 정부 협력자들을 색출하고 있는 탈레반을 피해 카불 공항까지 올 수 있었던 건 미국이 탈레반과 협의해 안전을 보장해줬기 때문이라고 외교부는 전했다. 앞서 자국에 협력한 아프간인을 탈출시키려던 독일은 수송기에 10명도 태우지 못했고, 벨기에는 한 명도 태우지 못했다. 현지인들 조력자들이 탈레반 검문을 뚫고 자력으로 공항에 가야 했기 때문이다. 최근 아프간 사태를 논의하는 20여 개국 외교차관 회의에서 미국으로부터 이런 상황을 공유받은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낙담을 넘어 황당한 상황이었다”고 했다. 이 때문에 20일까지만 해도 정부는 “공항에 도착하는 인원이 10명이건 50명이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미국이 22일 탈레반과 직접 협의를 해 한국 정부에 협력한 아프간인들에 한해 카불 공항까지 버스로 이송하도록 허용하면서 돌파구가 마련됐다. 아프간인들은 미국이 거래하는 회사의 버스 6대에 나눠 타고 미군과 탈레반이 함께 지키는 검문소를 통과했다.

● 군사작전 방불케 한 수송작전
수송 계획은 군사작전을 방불케했다. 슈퍼허큘리스(C-130J) 수송기 2대와 다목적 공중급유수송기(KC-330) 1대 등 3대에 탑승한 공군 요원들이 23일 극비리에 중간 기착지인 파키스탄의 이슬라마바드 공항에 도착했다.




수송기들이 아프간 영공 진입할 때는 탈레반 등 이슬람 무장세력의 지대공미사일 공격이 최대 위협으로 떠올랐다. 군은 미사일 경고시스템과 회피 장비(플레어)를 갖춘 C-130J를 24일 카불 공항으로 보냈다. 카불 공항 인근 상공에 들어선 C-130J는 급강하와 급상승, 좌우 90도에 가까운 선회비행 등 지대공미사일 공격에 대비한 각종 전술기동을 거쳐 활주로에 착륙했다고 군 소식통은 전했다.

이후 공항에 대기 중이던 아프간인 26명을 1차로 태우고 이슬라마바드로 무사히 이동했다. 이후로도 C-130J 2대가 번갈아 카불과 이슬라마바드 공항을 왕복하면서 아프간인 391명 전원을 탈출시키는 데 성공했다.

우리 정부는 아프간인을 난민으로 보고 국내 수용에 부정적인 일각의 여론을 고려한 듯 이들이 대다수가 한국에 협력한 의사, 정보통신(IT) 전문가, 통역사 등 전문 인력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에 입국하는 아프간인들의 신원은 확실하다고도 했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7~8년간 우리 정부와 일했던 사람들이고 채용할 때부터 신원조회를 확실히 했다. (한국으로) 수송 전 관계기관 전문가가 다시 한 번 신원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5일 “우리를 도운 아프간인들에게 도의적 책임을 다하는 것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고, 또 의미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