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제일제당
CJ제일제당이 2020년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운영한 ‘비비고’ 푸드트럭. CJ제일제당 제공
CJ제일제당이 ‘비비고’ 브랜드를 앞세워 미국 시장 공략에 불을 댕기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에 따라 냉동식품 소비가 급증한 데다 4년 연속 스폰서로 참여한 PGA투어 정규대회 ‘더CJ컵’이 미국에서 개최된 것이 큰 계기가 됐다.
CJ제일제당은 애니천(2005년), 옴니(2009년), TMI(2013년), 카히키(2019년), 슈완스컴퍼니(2019년) 등 현지 식품기업들을 차례로 인수하며 미국 시장에서의 기반을 탄탄히 다졌다. 선제적인 투자로 주요 도시에서 냉동만두, 냉동간편식, 면 등을 생산해 브랜드 및 제품 경쟁력을 갖췄고, 2016년에는 캘리포니아에 연구개발(R&D)센터를 구축해 한식 세계화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 美 냉동식품 선두 ‘슈완스’ 인수로 추진력 강화
슈완스 인수에 따라 CJ제일제당의 미국 내 생산기지는 모두 21개로 대폭 늘었다. 최근에는 사우스다코타 공장 부지가 확정됐다. 월마트, 크로거, 코스트코 등 주요 유통업체가 갖춘 3만여 곳의 점포에 비비고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인수 전 3000여 매장에 공급했던 것과 비교하면 10배에 달하는 규모다.
CJ제일제당의 차별화된 브랜드 경쟁력과 슈완스의 유통 플랫폼 간 결합은 올해부터 본격적인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만두와 면 위주였던 간편식 품목도 피자, 파이, 애피타이저 등으로 대폭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며 다양한 신제품 개발도 기대된다. 앞으로 한식의 맛과 장점을 살린 ‘아시안 푸드’로 범주를 넓히며 식품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할 것으로 보인다.
CJ제일제당은 슈완스와의 시너지 극대화에 집중해 앞으로 미국 시장에서 ‘아시안 냉동식품’ 분야 선두로 자리매김하겠다는 방침이다.
○ ‘비비고 만두’가 일으킨 ‘K만두’ 열풍
CJ제일제당이 미국에 출시한 제품들. CJ제일제당 제공
비비고 만두의 성공에는 공격적인 투자와 철저한 현지화 전략이 크게 작용했다. CJ제일제당은 미국 현지에서 수년간 1000억 원에 달하는 금액을 투자해 비비고 만두 브랜드 이미지 제고와 연구개발(R&D) 및 제조기술 차별화에 집중했다. 현재 캘리포니아 풀러턴 공장과 뉴욕 브루클린 공장을 가동하고 있고 뉴저지와 버몬트 공장도 본격적인 생산에 돌입했다. CJ제일제당은 냉동만두 사업을 기업 간 거래(B2B) 시장으로도 확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만두피가 두꺼운 중국식 만두와 달리 피가 얇으면서 소에는 채소를 다량 넣은 점을 강조해 ‘건강식’으로 차별화하는 데 성공했다. 한입 크기로 편의성을 높이고 닭고기를 선호하는 현지 식문화를 반영해 ‘치킨 만두’를 개발하기도 했다. 여기에 한국에서는 호불호가 갈리는 식재료인 고수를 넣었다.
현지 마케팅 활동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4년 연속 스폰서 브랜드로 참여하고 있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정규대회 ‘더CJ컵’이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미국에서 개최된 점을 기회로 삼았다. 미국 개최로 시차 문제가 적어 중계방송을 실시간으로 보는 가구가 늘어날 것으로 판단해 대회장에서만 브랜드 노출을 전년 대비 2배 이상으로 늘렸다. 또 중계방송 때 상위권 선수들의 샷 화면에 가상광고를 적용하고 방송 중 비비고 광고 영상을 삽입해 브랜드 주목도를 높였다. 경기는 미국 NBC 골프채널을 통해 전 세계 226개국 10억 가구에 중계됐다.
○ ‘넥스트 비비고 만두’ 발굴… ‘K푸드’ 확대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세계 최대의 식품 소비시장인 미국에서 비비고 브랜드의 인기 상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일 것”이라면서 “북미에서의 성과를 다른 지역으로도 확산시켜 비비고를 ‘글로벌 메가 브랜드’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권혁일 기자 moragoheyaj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