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미나책/정승연 지음/224쪽·1만3000원·봄날의 박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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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두 개의 세미나를 하고 있다. 출판 편집자들과 철학책 독서회를 하고, 아는 사람들끼리 소설가 손창섭(1922∼2010)의 작품을 읽는 독서모임을 한다. 철학책 독서회는 가장 능률이 높은 화요일 저녁에, 독서모임은 아무것도 하기 싫은 일요일 밤에 진행한다.
이 책의 저자는 출판 마케터이자 육아하는 아빠다. 육아와 독서에 관해 각각 공저를 한 권씩 낸 그는 첫 번째 단독 저서로 인문학 세미나가 얼마나 좋은지 전파한다. 발제문 쓰는 법부터 입을 열지 않는 참여자를 독려하는 법까지 세미나의 실용적인 노하우를 담았다.
나는 출판인의 노파심을 발휘해 세미나에 흥미 없는 이에게 이 책을 소개할 방법을 고민하며 읽었다. ‘칸트, 하이데거, 베르그송, 마르크스는 진짜 재미있다’라고 영업하면 효과가 있을까. ‘인문학을 공부하면 아파트를 안 사도 된다’는 어떨까. 이런 얘기들도 책에 나온다. 하지만 나는 세미나를 하고 나면 기분이 좋다는 쪽으로 이 책을 알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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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공부만 하는 사람이나 다른 사람과 만나기만 하는 사람에게 각각 이 책을 권한다. 저자에 따르면 세미나는 다른 관계에 비해 깔끔하다. 책을 가운데 놓고 만나기에 “막연하게 서로의 ‘힘듦’을 호소하는 관계에 비해 소모적이지 않다”는 것. 내가 하는 세미나가 딱 그렇다. 철학, 문학, 사회학에 관심 있는 독서모임 참가자들은 손창섭이 그리는 1950년대를 서로 지극히 다른 방식으로 읽는다. 나는 편집자나 직장인이 아니라 그냥 잉여 인간으로서 다른 참가자들에게 내 얘기를 털어놓는다. 밑도 끝도 없이 월요일이 싫다고 우짖기보다는 이 작품의 이러이러한 구절이 절망적이라고, 그런데 이런 결말은 아름답다고 말한다. 그렇게 세미나를 하고 나면 한참 울고 난 사람처럼 개운해진다.
신새벽 민음사 편집부 논픽션팀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