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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얼굴 보며 소통하자”… ‘줌’으로 강연하는 작가들

입력 | 2021-04-28 03:00:00

“유튜브-인스타그램과 다르게
오프라인 만남처럼 밀접한 느낌
익명의 시청자는 참석 안 돼
악의적 댓글-무례한 행동 없죠”




8일 신경숙이 서울 마포구 창비서교빌딩에서 화상회의 플랫폼 줌을 통해 독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이날 독자들은 “온라인으로나마 만나 영광이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창비 제공

“온라인으로 독자님들 뵙는 건 처음이네요. 정말 시대가 바뀌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소설가 신경숙(58)은 8일 화상회의 플랫폼 ‘줌(Zoom)’을 통해 진행된 독자들과의 만남에서 이렇게 말했다. 지난달 5일 장편소설 ‘아버지에게 갔었어’(창비)를 펴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1개월 넘게 강연이나 사인회를 열지 못하자 온라인으로 강연을 진행한 것. 독자들은 “코로나 시대에 맞춘 랜선 강연을 준비해줘서 고맙다”며 채팅창에 글을 올렸다.

이번 강연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온라인 서점을 통해 사전 신청을 한 독자 150여 명만 함께할 수 있었다. 신경숙은 줌 접속 환경이 마련된 서울 마포구 창비서교빌딩의 한 강의실에서 커다란 화면을 통해 독자들의 얼굴과 생생한 반응을 지켜봤다. 박지영 창비 한국문학2팀장은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과 달리 줌으로 행사를 진행한 덕에 작가가 독자의 얼굴을 보며 강연을 진행할 수 있었다”며 “작가와 독자가 더 친밀감을 느낄 수 있었던 덕에 강연이 성공적이었다”고 했다.




줌과 같은 쌍방향 플랫폼을 통해 독자들과 소통하기를 원하는 작가와 출판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코로나19가 길어지면서 오프라인 강연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작가들은 책이 나온 뒤 독자들의 반응을 듣기를 원한다. 하지만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완전 공개 플랫폼에서 온라인 강연을 진행하기는 꺼린다. 누군가 호기심에 들어왔다 곧바로 방을 나가는 경우 강연의 흐름이 깨지기 때문이다. 작가 입장에서는 자신이 쓴 책을 제대로 이해하는 소수와 만나고 싶기도 하다. 작가들은 인원이 제한된 줌 강연을 통해 오프라인 만남처럼 밀접히 연결된 느낌을 받는다.

올 2월 학술서 ‘중국정치사상사’(사회평론아카데미)를 펴낸 김영민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55)는 14일 줌을 통해 온라인 강연을 진행했다. 사전에 신청한 독자 150여 명이 강연에 참석했다. 독자들은 채팅창을 통해 활발하게 질의응답을 했다. 강연을 1시간 진행한 뒤 추가로 1시간의 질의응답을 이어갔다.

이날 강연은 무료였지만 강연 도중 나가는 이는 거의 없었다. 채팅창에 악의적인 글을 올리거나 음성을 잘못 켜서 강연을 훼방하는 이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자신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밝힌 이들을 대상으로 사전 신청을 받았기 때문에 강연 참가자들의 자세와 열의가 보장된 것이다. 최세정 사회평론아카데미 편집장은 “개인정보 제공 동의를 받고 신청자를 모집한 덕에 김 교수의 열렬한 팬들이 강연에 다수 참석했다”며 “수준 높은 독자들이 모였기 때문에 허가 없이 영상을 녹화해 불법으로 유통하는 문제도 겪지 않고 있다”고 했다.

코로나19 이후에도 줌 등 온라인 강연을 출판사들이 적극적으로 활발히 이용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온라인 강연은 해외나 지방에 거주하는 독자들을 사로잡고, 책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이벤트 등 출판사마다 온라인 강연을 효과적으로 기획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