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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젊은이들을 웃고 울리는 배우는 윤여정(74)과 박인환(76)이다. 연기 인생 55년 만에 ‘미나리’로 한국인 최초의 아카데미 연기상을 받은 윤여정, 드라마 ‘나빌레라’로 날아다니는 56년 차 배우 박인환은 ‘팩폭(팩트폭격) 할매’ ‘발레 할배’로 불리며 ‘찐어른’(진정한 어른)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윤여정은 쿨하다. 당당하지만 폼 잡는 법도 없다. 아카데미 시상식 후 기자회견에선 이런 문답이 오고 갔다. “지금이 배우 윤여정에게 최고의 순간일까요.” “아카데미가 전부는 아니잖아요.” “연기 비결은?” “많이 노력해요. 누가 브로드웨이 가는 길을 묻는데 프랙티스(practice)라고 답했대요. 연습은 정말 무시할 수 없어요.” 브래드 피트와 영화를 찍을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엔 “내 영어와 나이를 감안하면 그럴 일은 절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나는 꿈을 꾸지 않아요.”
▷박인환이 ‘나빌레라’에서 연기하는 심덕출은 따뜻한 어른이다. 말단직 공무원에서 은퇴한 덕출은 나이 일흔에 평생 꿈이었던 발레를 시작한다. 손자뻘인 발레선생이 까칠하게 굴어도 나무라지 않는다. “그깟 나이가 뭐 대수라고.” ‘경단녀’로 마음 고생하는 며느리, 정규직이 되려고 아등바등 대는 손녀를 “넘어져도 괜찮다”며 다독이는 덕출에게 젊은 세대는 ‘덕며든다(덕출에게 스며든다)’. 손녀에게 갑질한 회사 상사에겐 점잖게 한마디 한다. “응원은 못 해줄망정 밟지는 말아야지. 부끄러운 줄 알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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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배역을 고르는 ‘사치’를 부릴 수 있게 됐지만 윤여정은 요즘도 대본을 받으면 100번을 읽는다. 박인환은 잠깐 나오는 발레 장면을 위해 여든이 가까운 나이에 발레 교습소에서 발레복이 흠뻑 젖도록 연습한다. 절박함과 치열함으로 경지에 오르고도 내려다보며 대접받으려 하지 않는 노배우들에게 젊은이들이 열광한다. 내게도 한 번은 날아오르는 기회가 올 것이라 기대하면서.
이진영 논설위원 eco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