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추진 ‘온플 공정화법’ 논란
A사는 당장 내일을 기약하기 힘든 상황이지만 현재 정부와 여당이 추진 중인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이 시행되면 플랫폼 갑질을 막기 위한 규제 대상으로 분류돼 모든 입점업체에 영업비밀로 볼 수 있는 정보들을 알려줘야 한다. 연매출이 100억 원 이상인 온라인 플랫폼이기 때문이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스타트업보고 벌거벗은 채 경쟁하라는 꼴”이라고 말했다.
○ 규제 대상 기업 80곳에 이르러
온플법 제정 당시 정부가 모델로 삼은 것으로 알려진 유럽연합(EU)의 ‘디지털시장법’ 제정안은 유럽 내 매출이 65억 유로(약 8조8000억 원) 이상 혹은 기업가치 650억 유로 이상인 10개 기업이 규제 대상이다. 일본의 ‘특정 디지털 플랫폼법’은 매출 3000억 엔 이상 이커머스 사업자와 2000억 엔 이상 앱마켓 사업자로 범위를 좁혀 5개 기업만 규제한다. 구글 아마존 애플 라쿠텐 등 모두 거대 플랫폼 사업자다. 정미나 코스포 정책실장은 “현재 법안 기준대로라면 창업 4, 5년 차로 입점 판매자에 지배력을 행사하기 어려운 소규모 플랫폼도 규제 대상이 된다”고 말했다.
○ “영업비밀 침해… 변화 속도 못 따라갈 것”
스타트업들은 수수료의 부과 기준이나 온라인 플랫폼에 노출되는 순서, 형태 등을 계약서에 기재하도록 한 점에 특히 반발하고 있다. 명품 전문 이커머스 스타트업 관계자는 “상품 노출 순서는 핵심 영업비밀”이라며 “공개되면 경쟁사가 따라하거나 어뷰징 등으로 비즈니스가 망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입점업체에 일정 수준의 예측 가능성 확보를 위한 최소한의 기준을 제시하도록 한 것이며, 알고리즘을 공개하진 않는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공정위의 플랫폼 규제 강화 기조가 이달 말 발표 예정인 대기업집단 현황에서 김범석 쿠팡 의장의 ‘동일인’ 지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정위는 지금껏 실효성이 없다는 이유로 외국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하지 않았고 미국 국적의 김 의장에게도 ‘동일인 없는 대기업집단’ 방식을 적용할 것이 유력했다. 하지만 이달 21일 이례적으로 전원회의를 열고 이 사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