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템 가격 내리자 형평성 제기 원상복구후엔 디지털 환불에 불만 트럭시위에 일부선 불매운동 “게임도 현실처럼 돈이 지배” 비판
“보상 과정이 투명하지 않다. 회사에 대한 신뢰가 깨졌다.”(20대 직장인 한모 씨)
“현실도 팍팍한데 가상세계에선 빈부격차가 더 크다.”(30대 직장인 조모 씨)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둔 엔씨소프트가 20, 30대 ‘린린이’(리니지+어린이) 유저들의 불만에 진땀을 흘리고 있다. 이들은 기존 유저층인 ‘린저씨’(리니지+아저씨)들에 비해 공정성과 진정성을 강하게 요구하며 불매운동 등을 통해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스템 업데이트와 복구 과정에서의 불만이 발단이 됐다. 리니지M에는 캐릭터의 능력을 키우는 ‘문양’이란 시스템이 있다. 이를 최대치까지 끌어올리려면 3000만∼5000만 원이 드는데, 유저들이 “비용이 과하다”고 문제 제기를 하자 올해 초 엔씨는 이를 1000만∼2000만 원 수준으로 내리는 업데이트를 했다. 그러자 고액을 쓴 기존 이용자들이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고, 회사는 나흘 만에 업데이트를 원상 복구했다. 이후 두 차례에 걸쳐 엔씨가 환불에 나섰지만 현금 대신 디지털 재화로 돌려주면서 논란이 됐다.
20, 30대 신규 유저들의 요구는 공정성과 형평성, 투명성 등에 집중돼 있다. 30대 유저 김모 씨는 “‘집행검’(리니지 대표 아이템)을 ‘집판검’(집을 팔아야 살 수 있는 아이템)이라고 하지 않나. 게임 속에서도 현실에서처럼 돈이 지배한다”고 꼬집었다. 직장인 조모 씨(33)는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을 밝히고 합리적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했다. 회사 측의 대응에도 민감하다. 김모 씨(26)는 “회사가 제대로 사과도 하지 않고 업데이트 과정 등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 등 진정성을 못 느끼겠다”고 했다. 최근 게임업계에서 크게 번진 연봉 경쟁이 젊은 유저들의 분노를 키웠다는 분석도 있다. 내부 직원만 챙기고 유저들에 대한 보상이나 배려는 부족했다는 것이다.
업계는 당황스러운 기색이 역력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예전엔 그래픽이나 재미 요소를 강화하라는 요구가 많았는데, 요즘은 공지사항 하나하나에도 투명성을 강조한다”고 했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
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