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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A “AZ백신 안전” 발표…“우리가 실험용 쥐냐” 불만도

입력 | 2021-03-19 02:31:00


아스트라제네카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과 혈전(피가 응고된 덩어리) 발생 사이엔 인과관계가 확인되지 않는다는 유럽의약품청(EMA)의 발표가 나왔다. 이에 따라 접종 후 혈전 생성 사례가 잇따라 보고되면서 이 백신의 사용을 일시적으로 중단했던 국가들이 접종을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은 앞서 “EMA 평가가 긍정적으로 나오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다시 시작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EMA는 18일(현지시간) 언론 브리핑을 통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혈전 생성의 고위험성과 연관이 없다”며 “이 백신은 안전하고 효과적이다. 백신의 효과가 병원 입원이나 사망의 위험성보다 훨씬 크다”고 밝혔다. 이날 브리핑에 나선 에머 쿡 EMA 청장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최소 60%의 예방 효과가 있다. 접종 이익이 부작용보다 크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EMA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희귀한 혈전 생성 사이의 연관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며 “모든 부작용 가능성에 대한 추적은 여전히 중요하다”고 했다. EMA는 백신 접종 시 의사가 접종자들에게 혈전 관련 부작용 위험에 대해 미리 설명하고 개인적으로 대비할 수 있게 할 것을 권고했다.

그동안에도 EMA는 이 백신과 혈전 생성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없다는 입장이었지만 각국의 우려로 산하 약물안전성관리위원회(PRAC)가 정밀 조사를 진행해 왔다. 이날 EMA 발표에 앞서 PRAC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고 이를 EMA에 보고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본사가 있는 영국의 의약품규제청(MHRA)도 이날 EMA보다 앞서 “백신이 혈전 생성을 일으킨다는 증거는 없다고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EMA이 이날 사실상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재개를 권고한 이유는 △백신 접종→혈전 생성 간 연관성을 찾지 못한데다 △유럽 내 코로나 바이러스 3차 확산 추세에 대한 우려 등이 겹친 것으로 풀이된다.

EMA와 세계보건기구(WHO) 전문가들에 따르면 심부정맥혈전증, 폐색전증 등 정맥혈전 색전증세(venous thromboembolism)는 세계적으로 세 번째로 흔한 심혈관 질환이다. 전 세계적으로 매년 1000명 중 1, 2명에게서 해당 질환이 발병한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일시 중단한 유럽연합(EU) 18개국 보건당국 중 ‘백신이 혈전 생성을 유발한다’는 인과관계(因果關係)를 찾아낸 곳은 단 1곳도 없다.

영국 MHRA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자국 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970만 명 중 혈전 관련 질환은 27명에 그쳤다. 화이자 백신 접종자 1070만 명 중에서도 혈전 질환 발생자 역시 23건 보고됐다. 물론 영국 정부는 자국에 본사를 둔 제약사와 옥스퍼드대가 공동 개발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두고 부정적인 데이터보다는 유리한 데이터 위주로 검증을 했을 수 있다. 그럼에도 영국 1100만 명 접종자를 비롯해 EU 내 700만 명이 접종한 것에 비해 혈전 방생이 미비한 것은 사실이라고 유럽 전문의들은 지적했다.

EMA 홈페이지 생방송 발표 캡처

이번 결정은 3차 확산세가 심해진 유럽의 코로나19 상황도 반영된 것이라고 르몽드는 전했다. 17일(현지시간) 프랑스 하루 신규확진자는 3만8501명으로, 지난해 11월 2차 봉쇄 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엠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파리와 일드프랑스 등 수도권 봉쇄강화 조치를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이탈리아는 이달 들어 하루 확진자가 2만 명 이상 속출하면서 15일부터 외출금지, 상점 폐쇄 등 재봉쇄 조치가 실시됐다. 독일 정부 역시 12일 “변이 바이러스 탓에 3차 유행이 시작됐다”고 선언했다.

이날 EMA 권고로 아스트라제네카 사용을 일시 중단한 20여 개 EU회원국들은 접종을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은 이미 15일 “EMA 평가가 긍정적으면 아스트라제네카 접종을 다시 시작할 것”이라고 선언한 상태다.

미국 역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승인을 앞두고 있다. 미국 보건당국 산하 의료연구기관인 국립보건원(NIH) 프랜시스 콜린스 소장은 파이낸셜타임스(FT)에 “미국은 독립적으로 (아스트라제네카) 관련 데이터를 검토하고 있다”며 “해당 자료가 긍정적이면 약 1개월 내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승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EMA의 ‘안전’ 검증에도 불구하고 아스트라제네카에 대한 불신이 커져 향후 방역에서 후유증이 클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스페인에서는 15, 16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 후 40대 여성 사망 등 총 3명의 혈전 생성 사례가 추가로 보고되면서 EMA 발표에도 불안감이 줄지 않고 있다.

접종 대기자들 사이에서도 불신이 커져 EMA 결정에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지 않겠다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접종 예약도 화이자 모더나 등 다른 제약사 백신에 몰리고 있다. 파리 15구에 사는 50대 로헝 씨는 “우리가 실험용 쥐냐”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재승인됐어도 접종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여론조사기관 해리스 인터렉티브가 EU회원국 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사용 중단 발표가 연달아 이뤄진 뒤인 이달 11, 12일 프랑스인 1478명을 설문한 결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신뢰도는 43%에 그쳤다. 또 73%가 백신으로 인한 부작용을 의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탈리아 바이러스 전문가 로베르토 부리오니 박사는 뉴욕타임스(NYT)에 “EMA가 문제없다고 발표해도 충분치 않다”며 “이번 중단 사태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뿐 아니라 각국 보건당국에 대한 신뢰가 크게 훼손됐다”고 전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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