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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약품청 “AZ백신 위험보다 이익 커…혈전 유발 징후 없다”

입력 | 2021-03-17 16:13:00


아스트라제네카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부작용 논란이 커지면서 18일(현지시간) 유럽의약품청(EMA)의 최종 결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 세계 최소 23개국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일시 중단했지만 백신 부작용과 관련한 EMA의 조사 결과에 따라 접종이 재개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한 신뢰에 큰 생채기가 생겨 접종이 재개돼도 거부감이 커 코로나19 방역에 지장이 생길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EMA은 16일(현지시간) 긴급 온라인 브리핑을 열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후 혈전이 생기는 부작용이 있다는 보고에 대해 “현재로서는 징후가 없다”고 밝혔다. 에머 쿡 EMA 청장은 이날 “EU 전역에서는 매년 수천 명이 여러 요인으로 혈전이 생긴다”며 “백신 접종의 이익이 부작용 위험성보다 크다는 점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부작용 우려가 큰 만큼 EMA 산하 안전성관리위원회(PRAC)가 현재 혈전 부작용 관련 정밀조사를 진행 중이다. 결과는 18일 발표된다. EMA는 PRAC 조사 결과를 토대로 접종 여부에 대한 최종 의견을 낼 예정이다.

EU 주요국들은 18일 나올 EMA 결정을 따른다는 입장이다. 16일 EMA 임시 브리핑이 끝난 후 전화를 나눈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는 공동성명을 통해 “EMA의 예비 입장은 고무적”이라며 “EMA가 긍정적 결론을 내리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재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전히 불안감을 보이는 유럽국들도 있다. 리투아니아 보건당국은 이날 EMA 중간 발표에도 “지난 몇 시간 동안 국내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은 환자 3명한테서 혈전이 생겼다. EMA 최종 발표 전까지 사용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18일 EMA의 최종 발표에 EU 27개 회원국, 나아가 전 세계의 향후 백신 조치가 크게 요동칠 전망이다. 다만 18일 최종결과 발표에서도 ‘백신 접종과 혈전 발생 간의 인과 관계가 없으며, 접종 이익이 더 크다’는 EMA 입장은 크게 변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프랑스 언론 르몽드 등 유럽 매체들은 예측하고 있다.

실제로 부작용 우려로 접종 중단을 발표한 전 세계 23개국 중 혈전 발생과 백신 접종의 상관관계를 밝혀낸 국가는 한 곳도 없다. 대부분 “관련성을 발견하지 못했지만 부작용 우려에 예방적 차원에서 접종을 일시적으로 중지한다”고 발표했다. 아스트르제네카 측도 “EU와 영국 전역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받은 1700만 명이 넘지만 혈전 발생은 37건”이라고 밝혔다.

전체 코로나19 백신으로 확대해도 마찬가지다.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진이 운영하는 통계사이트 ‘아워월드인 데이터’에 따르면 15일 기준 유럽 전체 백신 접종 회수는 5억81만 건에 달한다. 이중 보고된 혈전 발생 건수는 두 자리 수에 그치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후 사망해 혈전 발생 우려를 낳았던 이탈리아 50대 남성도 1차 부검 결과 혈전 질환이 아닌 심장 쪽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드러났다고 라레푸블리카는 전했다. 가디언은 “전문가들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도입 전과 후를 비교할 때 전체 혈전 환자 발생 건수는 뚜렷한 차이가 없다는 입장”이라고 보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스트라제네카에 대한 불신이 커져 18일 이후 접종 재개 시에도 사용을 거부할 가능성이 있다. 코로나19 3차 확산이 시작된 상황에서 피해를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유럽질병예방통제센터(ECDC) 통계를 보면 이미 65세 이상 예방효과 논란 때문에 EU 27개 회원국에 공급된 아스트라제네카 1500만 회 중 50% 이상이 사용되지 않은 채 저장고에 쌓여있다. 16일(현지시간) 프랑스 뉴스채널 BFM 의뢰로 여론조사회사 엘라브가 자국민 100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58%나 됐다. 신뢰한다는 응답은 20%로 다른 제조사 백신인 화이자 제품(52%)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자체가 향후 ‘계륵’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긴급사용 승인을 검토 중이다. 승인 후 즉각 사용을 위해 미국 내에서 생산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재고량만 3000만 회분이 넘는다. 혈전 문제로 신뢰도가 하락한 탓에 미국 내 사용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장기적으로 백신 불신 현상이 심화돼 코로나19 대유행 제어에 지장이 생길 수 있다고 르피가로는 전했다.

EU 회원국에서 아스트라제네카를 계속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벨기에 프랭크 밴든 브룩 보건장관은 “코로나19 바이러스 3차 확산이 심각한 것을 알아야 한다. 백신 접종 중단은 매우 부주의한 일”이라고 밝혔다. 폴란드 보건당국 예방 접종 책임자인 마이클 드뤼츠크도 “백신 부작용에 대한 언론보도가 쏟아지자 각국이 공황이 생겼고, 이에 굴복한 꼴”이라고 비판했다. 프랑스 툴루즈대의 장루이 몽타스트뤼크 임상약리학 학장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한번 중단됐다가 다시 승인된 의약품이 다시 전면적으로 사용된 사례는 거의 없다”고 전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