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식당 개성밥상/정혜경 지음/512쪽·2만2000원·들녘
1925년 편찬된 풍속을 다룬 시집 ‘해동죽지(海東竹枝)’는 최고의 귀한 요리로 ‘설리적’ 또는 ‘설야멱적(雪夜覓炙)’을 이렇게 언급한다. 요리 이름이 ‘눈 내리는 밤에 찾는 고기구이’라니, 멋들어진 풍류가 아닐 수 없다.
이 책은 맛과 멋으로 가득하다. 고려 왕조 500년의 도읍지였던 개성의 요리를 더듬던 이야기의 줄기는 어느새 술과 자기, 문학과 역사, 나아가 통일밥상의 미래까지 뻗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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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떡으로도 불리는 장땡이의 조리법은 이렇다. “익은 고기 1말은 콩알만 한 크기로 썰어서 밀가루 2되, 청장 1되, 참기름 5홉, 후춧가루 5전을 함께 섞어서 항아리에 담고 숙성시켜 적당하게 편을 썰어서 먹는다.”
호서대 식품영양학과 교수인 저자는 ‘밥의 인문학’ ‘채소의 인문학’ ‘고기의 인문학’ 등 음식 3부작을 비롯해 음식과 문화, 역사를 꿰뚫는 저작들을 집필했다. 그는 “개성 음식은 한반도 남쪽의 짜고 매운맛, 북쪽의 싱겁고 심심한 맛, 그 가운데서 중립적인 맛을 지키고 있다”며 “시각적으로 아름답고, 맛도 정갈하며, 이를 담아내는 손길마저 섬세하다”고 했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