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차이나 바이러스' 발언 겨냥한 듯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인종차별을 규탄하는 행정지시를 내렸다.
26일(현지시간) 백악관 홈페이지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아시아계 미국인 및 태평양 제도 주민(AAPI)에 대한 인종차별, 제노포비아(외국인 혐오), 편협함을 비난·퇴치하는 메모”에 서명했다. 대통령 메모는 행정명령과 유사하며 주로 행정부처에 정책 방향과 과제를 제시하는 데 쓰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전 세계적인 유행병) 기간 선동적이고 외국인 혐오적인 표현이 AAPI, 가족, 지역사회 및 사업을 위험에 빠트렸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목한 ‘정치 지도자’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코로나19를 ‘중국 바이러스’ 혹은 ‘쿵 플루(kung-flu·중국 무술 쿵후와 플루의 합성어)’로 불렀다.
이는 아시아인 증오에 불을 지폈다는 비난이 쏟아진 바 있다. 실제로 코로나19 사태에서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폭력 및 혐오범죄가 사회적 문제로 불거졌다. 코로나19가 중국 우한에서 시작됐다는 이유로 아시아인들에 대한 반감이 폭발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러한 불관용 행위가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AAPI는 코로나19 기간 우리나라를 더 안전하게 만들었다”며 “약 200만명의 AAPI가 이 위기 사태 최전선에서 활동해왔다”고 강조했다.
메모에 따라 정부 기관은 공식 문서에서 코로나19 관련 표현이 외국인 혐오에 기여하지 않도록 적절한 조치를 해야 한다. NBC뉴스는 트럼프 전 행정부가 ‘중국 바이러스’ 같은 차별적 표현을 공식 웹사이트 등에서 사용했는지 검토하라는 의미라고 전했다.
법무장관은 AAPI에 대한 인종차별을 예방하기 위해 법률 및 관련 기관과의 협조를 바탕으로 지원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 증오범죄 관련 데이터 수집과 보고를 확대하라는 지시도 내려졌다.
한편 20일 취임한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책을 무효로 하는 연이어 행정지시를 내리고 있다. 앞서 25일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책을 뒤집고 성전환자들의 군 복무를 다시 허용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