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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이야기]아니! 왜 이렇게 추운 거야?

입력 | 2021-01-09 03:00:00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한국기상협회 이사장

“매서운 추위 속에서도/파도가 휘몰아쳐 와/방파제를 깨물었다 놓았다/거센 파도의 아픈 비명에/시퍼렇게 멍든/바다를 보고 있으면/찬 바람이 매섭게 따귀를 때리고/가슴 시리게 뚫고 지나간다”(용혜원의 ‘겨울 바다’ 중에서)

겨울 바다를 정말 좋아하는 나는 시베리아 고기압이 확장하는 날 가족들과 군산 앞바다를 찾곤 했다. 혹한과 함께 무섭게 차가운 바람이 불고 파도가 높으면 피조개를 많이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여럿이 갈 수가 없어 포기했다.

“지구 온난화로 겨울 기온은 더 따뜻해진다고 하는데 왜 올겨울이 이렇게 춥나요?” 12일째 한파가 이어지면서 많이 받는 질문이다. “지구 온난화의 역설 때문입니다. 기온이 올라가다 보니 북극 빙하가 많이 녹고 그로 인해 북극 한기가 남하해 혹한이 찾아온 것이지요.” 현재 북극 빙하가 녹아내린 정도는 이례적일 만큼 넓다. 국제빙설데이터센터(NSIDC)에 따르면 지난해 7월 북극의 해빙 면적은 728만 km²였다. 최근 해빙 면적은 1324만 km²로 역대급으로 많이 녹았으며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치는 바렌츠해의 빙하는 아예 없다.

북극 빙하가 많이 녹으면 북극 기온은 더 높아진다. 얼음이나 눈은 태양빛을 반사시키지만 북극 바다는 태양빛을 흡수해 기온을 높이기 때문이다. 북극권의 기온이 높아지면 제트기류가 약해진다. 북극의 찬 공기와 적도 부근의 더운 공기 사이를 가로지르며, 서에서 동으로 빠르게 흐르는 것이 제트기류이다. 그런데 지구 온난화로 북극 얼음이 녹아 기온이 높아지면 중위도와의 기온 차가 줄어들기에 제트기류는 약해질 수밖에 없다. 약해진 제트기류는 북극을 원형으로 감싸지 못하고 구불구불 사행(蛇行)하면서 남쪽으로 내려온다. 올겨울에 혹한이 이어지는 것은 제트기류가 북극 한파를 몰고 내려와 정체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겨울 한파의 또 다른 원인은 라니냐이다. 적도 동태평양 해수 온도가 낮아지는 라니냐는 엘니뇨의 반대 현상으로 기상이변을 일으킨다. 우리나라는 라니냐가 발생할 경우 추운 겨울일 때가 더 많았는데, 현재 라니냐 감시구역 해수 온도가 평년보다 0.8도 낮다. 1980년 이후 라니냐는 총 9회 발생했다. 이때 겨울철 평균기온을 보면 6번이 평년보다 더 추웠다. 올겨울 한파에 라니냐 현상이 한몫한다는 말이다.

북극진동(AO)이 강한 음의 지수를 보이는 것도 한파의 원인이다. 북극진동은 북극 찬 공기의 소용돌이가 수십 일을 주기로 강약을 되풀이하는 현상이다. 북극 기온이 높아지면 남과 북의 온도 차가 작아지고, 그에 따라 상층 제트기류가 느슨해져 사행할수록 음의 지수를 보인다. 현재 북극진동은 ―3.5 정도로 매우 강한 음의 지수를 보이고 있는데 겨울 추위는 음의 지수와 비례한다. 지구 온난화가 진행될수록 온도 변화 폭이 커지면서 혹한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니 걱정이다.

북극 한파가 내려오면 바람도 강하게 불고 서해안이나 제주 지방에는 폭설이 내린다. 한파나 폭설에 가장 취약한 계층이 사회적 약자들이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저소득층이나 홀몸노인, 노숙인 등에 대한 지원이 많이 줄었다고 한다. 우리 모두 따뜻한 마음을 함께 나누었으면 좋겠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한국기상협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