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안소위, 이틀째 '마라톤 심사'…쟁점조항 논의 계속 처벌수위·적용범위 등 잠정합의 이뤘으나 크게 후퇴 적용유예 대상까지 확대 시 반쪽짜리 전락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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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 숙원’으로 노동자 사망사고와 같은 중대재해가 발생한 경우 사업주와 경영 책임자 등을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 제정안 심사가 이틀째 진통을 겪고 있다.
그러나 논의를 진행할수록 원안보다 크게 후퇴한 안이 나오면서 노동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이미 처벌 수위와 적용 범위가 대폭 약화된 상황에서 최대 쟁점인 적용 유예 대상까지 확대될 경우 당초 취지가 훼손될 것이란 우려다.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법안소위)는 전날에 이어 이틀째 정부안을 중심으로 마라톤 심사를 진행 중이지만, 일부 쟁점 조항을 놓고 여전히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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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여야 의원들이 발의한 원안이나 정부안과 비교하면 잠정안은 크게 후퇴한 것이다.
우선 잠정안은 중대산업재해로 사망사고가 발생한 경우 사업주와 경영 책임자에 대해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을 적용하기로 했다.
이는 ‘2년 이상 징역 또는 5000만원 이상 10억원 이하’인 정부안보다 수위를 낮춘 것으로, 징역 하한을 낮추고 벌금 하한도 없앴다. 법인에 부과하는 벌금 역시 ‘사망 시 50억원 이하’로 하한선을 삭제했다.
이를 두고 노동계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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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소위 위원장인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임의적 병과가 추가돼 벌금형과 징역형을 함께 선고할 수 있는 형태로 했다”며 “그만큼 피해자 보호를 두텁게 할 수 있는 방향으로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여야는 산업 현장에서 발생하는 중대산업재해뿐 아니라 특정 원료나 제조물 등의 결함으로 발생하는 ‘가습기 살균제 참사’ 같은 중대시민재해에 대해서도 동일한 처벌 수위를 적용하기로 했다.
징벌적 손해배상액과 관련해서는 정부안대로 ‘손해액의 5배 이하’로 하는 것으로 잠정 결정했다. 앞서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5배 이상’으로 이를 규정했는데 정부 입장으로 가닥이 잡힌 것이다.
여야는 특히 이날 중대재해법 적용 대상에서 ‘5명 미만 사업장’을 제외하기로 잠정 합의했다. 영세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강력하게 피력한 정부의 입장을 반영한 것인데, 노동계를 중심으로 강한 반발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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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정의당에 따르면 2018년 기준 5명 미만 사업장은 전체 사업장 가운데 79.8%를 차지하며, 5인 미만 사업장에서의 재해 사망 비율은 연간 20%에 달한다. 같은 당 류호정 의원도 “이렇게 계속 예외를 두면 법 취지가 무색해진다”고 했다.
더 큰 문제는 나머지 쟁점 사항 역시 원안보다 후퇴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특히 노동계는 ‘적용 유예 대상’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당초 정부안은 박주민 의원의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 법 적용을 4년 유예한다’는 부칙을 살리면서 ‘50인 이상 10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 법 적용을 2년 유예하자는 대목을 추가로 담았는데, 이를 300인 미만으로 다시 확대하면서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은 “중대재해법은 사업장 차등 없이 전면 적용돼야 한다. 사람의 목숨에 사업장 규모별 차등이 있을 수 없다”며 “(정부와 국회는) 적용유예 꼼수 부릴 생각을 말라”고 일갈했다.
여기에 현재 논의 중인 공무원 처벌특례 조항, 발주처와 원청에 대한 처벌 등까지 제정안에서 빠질 경우 중대재해법은 ’반쪽짜리‘로 전락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