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피겨 여왕’ 김연아 “어려울수록 강해지는 대한민국…이번에도 딛고 일어서야죠”

입력 | 2021-01-01 03:00:00

[2021 새해특집]




조그만 얼굴에 마스크를 쓴 아이들은 지난해 새로 등장한 바이러스에 놀이터도, 유치원도 빼앗겼다. 2021년 신축년(辛丑年) 새해를 맞아 투명 아크릴판에 그려진 웃는 소 위에 아이들은 별, 새, 잠자리, 그리고 마스크 없이 마음껏 뛰어노는 날이 빨리 오길 바라는 마음을 보탰다. 동아일보는 각계 22인에게 ‘내가 꿈꾸는 대한민국’의 모습을 들어봤다. 일상의 평온함을 되찾길 바라는 마음, 어려움을 딛고 더 강해질 대한민국에 대한 꿈을 신년호에 담았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 “어려울수록 강해지는 대한민국… 이번에도 딛고 일어서야죠”-김연아 전 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31)


코로나19와 싸우는 의료진에 고마움을 표하고 응원하는 릴레이 캠페인 ‘덕분에챌린지’에 참여한 김연아. 그는 “우리는 어려움을 딛고 더 강해질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김연아 인스타그램 캡처




“코로나19로 힘들지만 안전을 위해 서로 배려하는 모습에 뭉클해진 적이 많아요. 어려움이 닥칠수록 더 굳건하게 이겨내는 나라, 제가 경험한 대한민국입니다. 이 힘든 시기도 딛고 일어설 거라 믿어요.”

‘피겨 여왕’ 김연아는 지난해 코로나19 치료에 써달라며 유니세프한국위원회에 1억 원을 전달했다. 현재 그는 학업과 함께 후배들을 위한 원 포인트 레슨에 힘을 쏟고 있다.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을 준비하는 국가대표 선수들은 코로나19로 서울 태릉빙상장이 폐쇄돼 어려움을 겪고 있다. “녹록하지 않은 상황에서 땀 흘리는 후배들의 심정을 잘 알아요. 언제까지 계속될 것 같은 캄캄한 터널도 끝이 있더라고요. 부디 마음을 다잡고 버텨주세요.”

지인들은 “연아는 강한 상대를 만날수록 강해진다”고 말한다. 김연아는 우리 역시 그럴 수 있다고 확신했다. “낯설고 고통스러운 시기를 잘 넘겨 더 강해질 우리의 모습을 기대합니다.”

 

○ “절박한 국민들에게 바로 달려갈 것”―고진형 경기 의정부경찰서 신곡지구대 경장(30)


“제복 입은 이들이 국민의 안전을 내 일처럼 여기는 세상을 꿈꿉니다. 2009년 과속 차량 단속 중에 돌아가신 아버지(고상덕 경감)를 늘 가슴에 품고 삽니다. 맡겨진 일을 하는 것만으로도 사회에 보탬이 될 수 있어 저는 운이 좋다고 생각해요. 절박한 상황에서 용기를 내 112를 누른 분들에게 바로 달려가겠습니다. ”


○ “모두가 디지털 기술을 누리는 나라”―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대표변호사(39)

“디지털로 할 수 있는 것들을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누릴 수 있는 나라를 그립니다. 고령자, 발달장애인은 음식배달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기 어려워요. 시각장애인은 온라인 쇼핑을 하는 게 불가능하고요. 휠체어를 이용하는 지체장애인은 키오스크를 쓸 수 없습니다. 있는 모습 그대로 자유롭게 지낼 수 있는 세상이 되길 소망합니다.”


○ “국가유공자에게 감사 인사 건네줬으면”―하재헌 예비역 중사(27)

“국가유공자를 존경하는 대한민국을 소망합니다. 미국 비행기에서 기장의 안내로 국가유공자가 승객들로부터 박수를 받았다는 기사를 봤어요. 저는 2015년 북한의 목함 지뢰 도발로 두 다리를 잃은 후 의족이 보이는 반바지를 입고 다니는데, 불쌍하게 여기거나 무시하는 시선이 힘듭니다. 국가유공자를 보면 ‘감사하다’고 한마디 건네면 어떨까요. 너무나 고맙고 뿌듯할 거예요.”


○ “청년들의 기회가 많은 나라”―이규빈 국무조정실 사무관(28)

“청년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는 사회를 만드는 것, 가능하지 않을까요? 20, 30대가 진학이나 취업에서 실패하더라도 재기할 기회를 주는 나라가 됐으면 좋겠어요. 생계 때문에 꿈을 펼치지 못하는 청년에게도 기회가 돌아가도록 만들어야 하고요. 많은 사람이 더 나은 삶을 꿈꿀 수 있도록 좋은 변화를 이끌어내는 역할을 하겠습니다.”


○ “과학자들이 협력해 코로나 끝내기를”―현택환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석좌교수(57)

“젊은 과학자들이 마음껏 연구하는 환경이 마련되길 기대합니다. 세계 무대에서 뛰는 과학자가 되려면 오랜 기간 연구에 몰두해야 해요. 백신 개발에는 통상 몇 년이 걸리는데 코로나19 백신이 몇 개월 만에 나온 건 여러 분야 과학자들이 공동 연구를 한 결과죠. 과학자들이 국경을 넘어 함께 연구하고 의료종사자 등과 협력해 이 지긋지긋한 코로나19를 극복하길 간절히 바랍니다.”


○ “소프트파워로 세계 주도하길”―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54)

“각 분야에서 세계를 주도하는 리더가 많이 나왔으면 합니다.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최종 후보에 오르며 ‘한국의 힘’을 실감했어요. 아프리카 사람에게는 산업화 시절 중동에서 일한 아버지 이야기로 다가갔어요. 유럽인에게는 케이팝 이야기로 공감을 얻었죠. 우리의 이야기에는 공감과 신뢰라는 힘이 있습니다. 소프트 파워로 세계를 주도하는 대한민국, 제가 꿈꾸는 나라입니다.”

○ 정은경 질병관리청장(56)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국민 모두가 코로나19로 계속 어려움을 겪고 있어 방역당국자로서 대단히 송구하다”며 “안심하고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힘껏 뛰겠다”고 말했다. 뉴스1



“가족과 친구, 동료가 함께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평범한 일상이 너무나 그리워요. 국민 모두가 이를 꼭 되찾길 기원합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의 바람은 절실했다. 그는 “헌신적인 보건의료인과 방역담당자,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 힘 쏟는 연구자, 그리고 방역수칙을 지키는 국민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코로나19 피해 최소화에 집중하겠다”고 했다.

지난해 1월 3일 ‘우한(武漢) 원인불명 폐렴 대책반’이 가동된 이후 정 청장은 7월 이틀간의 휴가와 최근 병가를 제외하고는 쉬는 날 없이 방역 컨트롤타워를 지키고 있다. 정 청장은 “이 순간에도 코로나19 대응 일선에서 고군분투하는 많은 분들이 있어 극복할 수 있다는 의지를 다지게 된다”며 국민이 안심하고 사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올해는 더 안전한 사회가 될 것이라 믿습니다. 그리고 꼭 그렇게 되도록 할 겁니다. 더 철저하게, 더 체계적으로 대응하도록 온 힘을 다하겠습니다.”

○ “글로벌 e스포츠 시장 이끌어가길”―페이커(이상혁·25) 프로게이머


“게임은 직접 하는 재미만큼 보는 재미도 크죠. 게임 보는 재미를 최고로 높인 e스포츠를 우리나라에서도 대중적으로 받아들였으면 좋겠어요. 해외에서는 e스포츠를 새로운 스포츠 종목으로 인정해줘요. e스포츠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사라지고 정식 스포츠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아지길 바랍니다. 대한민국이 세계 e스포츠 시장을 이끌어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싶습니다.”
 


○ “바둑인이 어깨 펴는 사회”―신진서 9단(21)


“바둑 프로기사 중에서 수입이 거의 없는 분들이 많아요. 연간 수입이 최저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기사들이 절반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고요. 뛰어난 기재들이 바둑계에 지원해 의욕적으로 바둑을 둘 수 있는 환경이 됐으면 좋겠어요. 사회도 마찬가지예요. 가난한 이들이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튼튼한 기반이 마련되길 바랍니다. 바둑계를 비롯한 대한민국 모든 분야에서 양극화가 극복되길 희망합니다.”


○ “아버지와 같은 팀에서 우승 해봤으면”―허훈 프로농구 KT 선수(26)

“빨리 팬들의 함성을 듣고 싶어요. 예전처럼 일상의 삶으로 돌아갔으면 좋겠어요. 코로나19로 지친 팬들에게 좋은 경기로 위안을 드리도록 노력할 겁니다. 지난해 형(허웅 원주 DB 농구선수), 부모님과 여행했던 시간을 떠올리며 힘을 얻었어요. 방송 활동이 많은 아버지(허재)가 건강을 챙기시고 농구계로 돌아와 주셨으면 좋겠어요. 언젠가는 같은 팀에서 아버지와 우승을 꼭 해보고 싶거든요!”



○ “팬들의 함성이 가득한 경기장”―이동국 전 축구선수(42)


“선수들과 팬들이 마음 놓고 만나는 날이 빨리 오길 기다리고 있어요. 지난해 5월 개막전에서 골을 넣은 뒤 의료진의 노고에 감사하는 ‘덕분에’ 세리머니로 힘을 드릴 수 있어서 기뻤어요. 축구를 시작한 후 처음으로 휴식이라는 걸 맞았습니다. 후배들이 팬들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려고 합니다.”


○ “맑은 하늘을 만들고 싶어요”―박진희 배우(43)

“환경을 위한 실천인 ‘그린 액션(Green Action)’이 생활화된 사회를 소망합니다. 2020년은 코로나19로 힘들었지만 세계적으로 사회·경제적 활동이 멈추자 하늘이 맑아지는 걸 목격했고, 집중호우와 산불을 겪으며 기후위기를 실감한 해였어요. 저는 외출할 때 텀블러와 다회용 수저를 챙기고 머리는 고체 샴푸로 감아요. 나부터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아요.”


○ “평범한 사람이 충분히 존중받는 사회”―류호정 정의당 의원(29)

“어머니는 ‘설명이 필요 없는 삶’을 살라고 하셨어요. 튀지 말라는 거죠. 대학에 가고 취직을 하고 결혼을 하는 과정에서 하나라도 벗어나면 주변에서 ‘왜?’라고 물으니까요. 제 생각은 달라요. 누구나 존재 자체로 존중받는다면 그것도 ‘설명이 필요 없는 삶’ 아닐까요? 이제 진학, 취업, 결혼은 평범한 일이 아니에요. 치열하게 경쟁해야 가능해요. 경쟁만 존재하는 사회가 건강한 걸까요? 평범한 사람이 충분히 존중받는 사회, 제가 꿈꾸는 나라입니다.”


○ “기본소득 검토하는 새해 되기를”―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31)

“가난 때문에 세상을 등져야 하는 이웃의 비극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가난하기 때문에 죽음을 맞이하는 세상, 가난을 증명해야만 국가로부터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회는 바뀌어야 합니다. 모든 사람에게 일정한 액수의 돈을 매달 조건 없이 지급하는 기본소득은 대한민국이 진지하게 검토해야 할 대안입니다. 재원 마련부터 지급액까지 함께 숙의하는 새해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 “스타트업이 다양성 키우는 세상”―박태훈 왓챠 대표(36)


“1000만 명이 보는 한 편의 영화보다 10만 명이 보는 100편의 영화가 만들어지는 세상이 더 건강합니다. 하나의 거대 플랫폼보다 크고 작은 다양한 플랫폼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경쟁하는 세상이 더 희망적이죠. 산업 생태계의 다양성 안에서 스타트업들이 명멸하고 그 스타트업들이 콘텐츠, 서비스, 문화의 다양성을 증진시키는 혁신적인 대한민국을 희망합니다.”


○ “작지만 강한 대한민국”―김슬아 마켓컬리 대표(38)

“위기 속에서 기회를 발굴하는 ‘작지만 강한 나라’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나라들은 코로나19로 사재기가 만연했지만 한국은 달랐어요. K배송으로 상품을 받을 수 있으니까요. 환경과 상품, 사람의 균형을 통해 사회를 더 나아지게 만들고 싶어요. 대한민국 역시 끝없는 도전으로 세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나라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 “새로운 기회로 활기 되찾기를”―김재연 정육각 대표(30)

“코로나19로 실의에 빠진 분들이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아내길 희망합니다. 더불어 일자리를 얻을 수 있는 기회, 도전을 할 수 있는 기회, 활기를 되찾을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 “혁신 기업가들의 천국”―이승건 토스 대표(39)

“실패에 대한 두려움 없이 사회에 필요한 걸 만들고, 기업가들이 이를 산업으로 일으켜 큰 변화를 만드는 ‘혁신 기업가들의 천국’을 꿈꿉니다. 지금은 잠재적 혁신 기업가들이 안정적인 길을 택해요. 기업가가 사회의 중요한 존재로 인정받고, 구성원들이 혁신 기업가의 실체적 모습을 더 이해하면 좋겠어요.”




○ “학교 운동장 채우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김미애 국민의힘 의원(52)


“이웃들과 마음 놓고 식사하고 큰 소리로 웃으며 마스크 없이 대화하는 삶. 이 평범하지만 귀한 일상을 다시 영위하기를 소망합니다. 텅 빈 식당과 아무도 없는 학교 운동장도 다시 시끌벅적해지고요. 평화로운 일상이 국민의 당연한 권리가 되는 대한민국을 그려봅니다. 코로나19로 넘어진 이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힘껏 달리겠습니다.”


○ “희망과 도전이 넘치는 나라”―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50)


“처음 내 집으로 이사하던 날, 처음 산 차를 골목에 세워 놓던 날, 처음 컬러TV를 샀던 날. 환하게 웃던 부모님의 얼굴이 지금도 생생해요. 두 분에게 그날들은 더 나은 내일의 실현이자 자부심이었을 것입니다. 청년들이 희망으로 두근두근하고, 이들의 아이디어가 넘쳐나 겁 없는 도전과 열정으로 들썩들썩한 나라를 그려봅니다.”


○ “마스크 벗은 일상 다시 꼭 찍고 싶어”―김경훈 로이터통신 사진기자(47)

“다시 꼭 찍고 싶은 장면이 있어요. 마스크 벗은 대한민국의 일상입니다. 100여 년 전 스페인 독감 대유행 당시 사진에는 마스크를 쓰고 사는 모습이 담겨 있죠. 하지만 인류는 마침내 마스크를 벗고 일상으로 돌아왔어요. 코로나19 역시 극복하리라 확신합니다. 그래서 제 카메라가 마스크에 가려지지 않은 우리 사회의 드라마와 희로애락의 표정을 기록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