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가 최근 런던을 포함한 잉글랜드 남동부 지역의 코로나19 대응 수위를 4단계로 올렸다. 당초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완화하려고 했지만 기존 코로나19보다 감염력이 최대 70%나 높은 ‘변종’ 코로나19(VUI-202012/01)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영국은 원래 3단계까지만 있었지만 4단계를 신설했다. 체육관과 미용실 등 ‘비필수’ 업종은 영업을 중단하고, 야외에서도 1명만 만날 수 있게 하는 등 지역 봉쇄 수준이다. 영국 정부는 약 2주간 추이를 본 뒤 지속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한다.
▷다른 형태의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등장할 때마다 흔히 ‘변종’이라고 부르지만 엄밀히 말하면 지금까지 나타난 다양한 형태의 코로나19는 변종(變種)이 아닌 변이(變異)다. 변종은 코로나19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처럼 완전히 다른 종으로 바뀌는 것인데 사람과 호랑이의 차이만큼 크다. 지금까지 등장한 여러 코로나19는 수만 개로 이뤄진 자체 유전물질(RNA) 중 한두 개가 달라진 정도라 변종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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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증상 감염, 재감염, 후유증 등 코로나19는 우리가 그동안 알던 바이러스 상식을 무참히 깨왔다. 코로나는 더 완벽하게 우리 몸에 침투하기 위해 변이하고 있고, 그러다 보니 조금만 모양이 달라져도 더 엄청난 괴물로 변신한 것 같은 두려움이 드는 건 당연하다. 턱없는 자신감은 당연히 금물이지만, 그렇다고 괴물 가면을 쓴 상대를 괴물로 증폭시킬 필요도 없을 것이다. 백신 접종은 시작됐지만 아직도 가야 할 길은 멀다. 어떤 경우에도 과학적 의학적 지식에 근거해서 차분하게 대응해야 한다.
이진구 논설위원 sys12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