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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다, 원격교육”… IT-소프트웨어 인력채용 급증

입력 | 2020-12-19 03:00:00

코로나로 교육 타격 예상했지만
디지털교육 인원 증가 덕분에 교육 고용보험 가입 50만명 돌파
취업-감원 무풍지대 떠오르자 “IT 배우겠다” 수강생도 늘어




“교육 분야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뽑고 싶어도 사람이 없어요. 당분간 이런 상황이 계속될 겁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잠시 주춤했던 올해 9월, 한 교육기업 대표가 기자에게 전한 말이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산업 여러 분야에서 ‘언택트’ 바람이 불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원격수업 교육 분야는 정보기술(IT)과 소프트웨어 관련 인력 채용이 늘면서 고용보험 가입자 수가 지난달에 사상 처음으로 50만 명을 넘어섰다.


○ 원격수업 디지털교육에 교육종사자 수 최대

고용노동부는 업종별로 고용보험에 가입된 종사자 수를 매달 집계한다. 유치원과 초중고교, 사설학원 등 교육 전 분야에 근무하는 교육서비스업 종사자 수(교사 등 공무원 제외)가 11월 현재 50만2000명으로 집계됐다. 1년 전보다 2만3000명(4.8%)이 늘면서 처음으로 50만 명대로 올라섰다.

교육계에서는 이 같은 현상이 이례적이라고 보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이미 학교뿐 아니라 학원까지 원격수업으로 전환하거나 문을 닫았다. 지난달 전체 종사자 수가 1년 전보다 3.3% 줄어든 숙박음식업종(종사자 65만8000명)만큼은 아니겠지만 교육 분야의 고용 감소도 불가피할 것이란 예상이 많았는데, 오히려 반대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올해 교육 분야의 고용 증가를 이끈 요인으로는 코로나19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도입한 원격수업과 디지털 교육이 첫손에 꼽힌다. 고용부는 “초중고교의 방역 및 원격학습 지원인력과 기타 교육기관의 디지털 역량 강화에 따른 인원 증가가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교육과 사교육 양쪽에서 모두 원격수업 등에 대응할 IT 인력을 많이 선발한 것이 교육종사자 수 증가의 주요 이유라는 것이다.

정부는 전국 평생학습관이나 도서관 등에 디지털 역량센터 1000여 곳을 설치하는 중이다. 센터는 지역 주민에게 스마트기기 사용법, 비대면 화상회의 방법 등을 교육하는 곳이다. 센터 1곳당 강사 2명과 교육 보조인원 2명을 뽑다 보니 IT 교육 관련 고용창출 효과가 적지 않다.

일반 입시교육 업체 역시 IT 관련 인력 구하기에 분주하다. 한 대형학원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7∼12월) 이후 원격수업 강화를 위해 IT 인력 채용에 나섰지만 기존 IT 분야 전공자가 선호하던 기업이 아니어서 그런지 원하는 인재를 구하기가 쉽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고용보험 가입 대신 급여 인상을 원하던 교육업계 종사자들의 태도가 바뀐 것도 고용보험 가입자 수 증가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고용 안정을 원하는 교육 종사자들이 늘어났다”며 “그동안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던 사람들이 대거 가입에 나서며 업계 종사자 수 증가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 취업 기회 늘자 “IT 교육 받겠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채용시장에서 IT 분야 전공자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IT 관련 교육을 받겠다는 사람도 늘어나는 추세다. 서울 강남구의 A정보처리학원 관계자는 “최근 IT 교육을 받겠다는 비전공 수강생이 늘었다”며 “단기 교육만 수강해도 취업할 자리가 있으니 문을 두드리는 사람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서대문구 B학원 관계자는 “코로나19 피해를 크게 받은 항공이나 관광업계 직원들이나 나이가 많은 직장인들이 올해 유독 많이 수강하고 있다”며 “IT 쪽이 ‘감원 무풍지대’란 생각에 뒤늦게 준비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고용부에 따르면 올해 국비지원으로 IT 분야의 직업훈련을 받고 있는 수강생은 2만4000명으로 전년 대비 38.2% 늘었다.

소프트웨어 개발을 전공한 후 교육기업인 진학사에 입사한 강한별 씨(29)는 “원격수업 확대, 비대면 시스템 구축 등 올해 코로나19로 인해 교육 분야도 IT 전공자에 대한 수요가 늘었다”며 “그동안 IT 기반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업종에 진출한다면 전공자 입장에선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박재명 jmpark@donga.com·송혜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