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경험담 책으로 낸 서필훈 ‘카페리브레’ 대표 15년전 석사 학업 포기하고 학교앞 알바하며 커피 입문 이젠 매년 생두 800t 수입… 400여개 카페 납품 ‘거상’으로 “커피사업은 원두의 가치를 선명하게 전하는 미디어사업” 매년 현지돌며 생산자들 촬영, 매일 카페 판매대 전면에 게시
14일 서울 마포구 카페리브레 로스팅실에서 만난 서필훈 대표는 “국내 시장에서 스페셜티(국제 기준평가 100점 만점에 80점 이상)커피에 대한 인식은 이제야 조금씩 자리 잡혀 가고 있다”고 말했다.
공들여 쌓은 학업(고려대 서양사학 석사)을 포기하고 15년 전 학교 앞 카페 아르바이트생으로 커피를 배우기 시작한 그는 이제 매년 800여 t의 생두를 수입해 전국 400여 개 카페에 납품하는 거상(巨商)이 됐다. 미국스페셜티커피협회(SCAA)의 큐그레이더(감별사) 자격증을 한국인으로서는 처음 취득한 인물도 서 대표다. 2009년 창업한 카페리브레는 연남동 등 서울 4개 지점에 이어 2017년 과테말라, 올 초에는 중국 상하이에 지점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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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테말라 지점은 이익 대부분을 현지 사업자와 원두 생산자 몫으로 돌린다.
서 대표는 “커피는 아차 하는 순간 가치를 잃는 예민한 재료를 다루는 엄연한 요리”라고 강조한다. 여느 요리와 마찬가지로 맛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주재료인 원두의 품질. 하지만 커피 한 잔에서 원두 생산자에게 돌아가는 이익은 완성품 가격의 1% 정도에 불과하다.
“현재의 글로벌 커피 산업은 근대 식민지시대의 산업 형태와 비교해 거의 달라지지 않았다. 겉치레로만 ‘공정무역’을 내세우는 대형 업체의 가격 담합에 의해 영세한 현지 농가의 원두 생산자들은 속절없이 휘둘린다. 내가 추구하는 커피 사업은 마시는 이들에게 생산자의 수고와 원두의 가치를 최대한 선명하게 전달하는 일종의 ‘미디어 사업’이다.”
연남동 본점 등 카페리브레 판매대에는 원두 생산자의 사진과 메시지가 놓여있다. 장승윤기자 tomato99@donga.com·서필훈대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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