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작품의 크기는 가로 70cm… 문인 감상평 담기며 14m로 커져 그림 부분은 3개의 종이로 연결… 잣나무 배치 등 조형적 요소 담아 의도적으로 비례 구상後 그린 듯… 중앙박물관서 내년 1월까지 전시
세한도는 종이의 연결, 각종 요소들의 균형감 있는 배치 등을 통해 질서정연한 느낌을 준다. 동아일보DB
세한도는 원래 가로 70cm, 세로 33.5cm이지만, 당시 조선 문인 4명과 청나라 문인 16명의 긴 감상문이 담기면서 가로가 1469.5cm에 이르는 대작이 되었습니다. 서영이는 뉴스에 소개된 세한도를 보면서 명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왠지 질서정연하고 빠져드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서영: 세한도는 교과서에서도 본 것 같은데, 이렇게 길이가 긴 줄은 몰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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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 소나무 두 그루에 잣나무 두 그루, 그리고 집 한 채가 무엇인가 간결하면서도 질서가 있어 보여요.
엄마: 그래. 기하학적이라고 말할 정도로 정확한 수학적 비율을 보인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어떤 관계가 있는지는 궁금해지지. 그래서 세한도의 이러한 조형적 특징을 ‘수적(數的) 관계(numeric relationship)’라는 용어로 분석한 연구도 있단다.
○ 세한도의 비례와 이중구조
‘세한도에 내재된 조형의식과 장황 구성의 변화’ 연구에 실린 도해는 세한도에 담긴 다양한 비례와 구조를 알려준다. 국립중앙박물관 미술자료 제76호
국립중앙박물관 정기간행물인 ‘미술자료’ 제76호에 실린 ‘세한도에 내재된 조형의식과 장황 구성의 변화’를 보면 세한도의 그림 부분은 3개의 종이로 연결되어 있습니다(도해 참조). 연구에 따르면 첫 번째 종이와 두 번째 종이의 연결부분 (가)는 오른쪽 상단의 제목 글씨 중 가운데 寒(한)에 있고, 두 번째 연결부분인 (나)는 제일 왼쪽의 잣나무에 일치하여 이들 지점에서 세로로 이어져 있습니다. 연결된 각 종이의 가로 길이는 A는 8.3cm, B는 45.6cm, C는 16.6cm입니다. 이 연구에서 발견한 흥미로운 점은 A와 C의 비율이 1:2라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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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나무와 잣나무의 균형
23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특별전 ‘한겨울 지나 봄 오듯―세한(歲寒)·평안(平安)’에 전시되는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가 공개되고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또 그림과 함께 왼쪽에 작품과 관련된 사항을 적은 글인 발문을 합한 전체 길이는 108.3cm인데, 양쪽에서 54.1cm 떨어진 가운데 선은 그림의 맨 왼쪽의 잣나무와 일치한다고 합니다. 이 연구는 마치 추사가 중심축을 표시하려 한 듯 잣나무의 왼쪽 외곽선이 유독 진하게 보인다는 점을 짚어냈습니다.
이 연구의 핵심은 세한도는 종이의 연결, 나무 등 풍경물의 배치, 그림과 발문과의 관계, 발문의 글씨 배치, 낙관의 위치 등이 아주 정확한 비례로 드러나는 것은 아니지만 화면에서 등장하는 각 조형요소 간의 수적인 것을 고려한 듯 밀접한 상호관계가 있다는 점입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다시 급증하면서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가 높아졌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이번 전시에 대해 “한겨울 추위인 세한을 함께 견디면 곧 따뜻한 봄날 같은 평안을 되찾게 될 거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담고자” 기획을 했다고 합니다. 비록 당장 박물관을 방문해 세한도의 실물을 접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이렇게 간접적으로나마 우리 역사 유물에 감춰진 수학적 비밀을 탐구해 보는 경험을 가져보면 어떨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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