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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장교 성폭행 사건’ 2심 무죄 논란…그날 무슨일이?

입력 | 2020-11-21 10:28:00

해군 장교 성폭행한 상급 장교, 징역 10년→무죄
2심 "강간죄의 구성요건인 '폭행 또는 협박' 없어"
피해자 지원단체 "일상 성폭력과 동떨어진 판결"
부하 장교 성폭행 혐의로 해군 장교 2명 재판 중




해군 상관의 부하 장교 성폭행 사건이 대법원에서 약 2년간 계류하자, 피해자 지원단체가 대법원의 빠른 판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1심은 징역 10년이라는 중형을 선고했지만, 2심에서 무죄를 선고하면서 향후 대법원의 판단에 관심이 집중되는 상황이다.

21일 해군 상관에 의한 성소수자 여군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에 따르면 2심인 고등군사법원은 지난 2018년 11월19일 당시 A소령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한 1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이후 사건은 대법원에서 약 2년이 흐른 현재까지 판단이 나오지 않고 있다.

1심과 2심에서 이처럼 ‘극과 극’의 결과가 나온 이유는 2심의 경우 성폭행 과정에서 ‘폭행’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본 것이 결정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법원 쟁점도 이 지점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2심 재판부는 “피해자의 진술은 죄의 성립을 위한 폭행 내지 협박이나 피고인(A소령)에 대한 범의를 인정할 만한 증거로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성관계 사실은 인정하지만 폭행이나 협박이 없어 군인등강간치상 혐의로는 처벌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공대위는 이런 2심 판결이 시대착오적이라고 비판했다.

성폭행이 발생한 2010년은 피해자인 B씨가 장교 양성 교육을 마친 뒤 처음으로 함정에서 근무하게 된 시기로 전해졌다.

공대위는 B씨가 군의 위계질서가 몸에 밴 중위로서 소령인 직속 상관에게 느꼈을 위력이 폭행이자 협박이라고 보고 있다.

박지영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활동가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군인인 피해자가 저항이라는 것이 가능했을까 되묻고 싶다”며 “이런 최협의설에 의한 해석은 일상 곳곳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성폭력과 매우 동떨어져 있다”고 했다.

일반적으로 성폭행 피해자의 입장에서 추가적인 피해나 더 큰 유형력의 행사를 우려하고 이를 모면하기 위해 가해자를 자극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는데, 2심 재판부가 이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앞서 1심 재판부도 “사건 범행 당시는 물론 전후로 피해자가 느꼈던 감정과 반응,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저항하거나 주변에 피해사실을 알릴 수 없었던 이유 등에 관해 매우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진술하고 있다”며 “피해자의 진술에 의하면 강간죄 또는 강제추행죄의 수단으로서 폭행이 인정된다”고 했다.
B씨를 2차로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 당시 C중령도 2018년 11월8일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1심은 C중령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었다.

2심 재판부는 “피해자의 기억이 변형 또는 과장됐을 가능성이 있고, 피고인이 피해자를 강간했다고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했다. 또 상명하복의 위계질서는 위력 등에 의한 간음죄의 ‘위력’에는 해당할 수 있지만, 강간죄의 수단인 협박으로 포섭할 수는 없다고 했다.

공대위는 C중령 2심 재판부가 가해자에게 감정이입을 한 것처럼 보인다고 비판했다. ‘독신 숙소로 불렀을 때 응했다면 찾아갈 만한 사정이 있었을 것’이라거나 ‘티타임을 갖자는 말이 숙소에서 자고 가라는 말로 이해됐을 것’이라는 2심 재판부의 판단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했다.

B씨는 지난 2010년 해군 중위로 복무 중 당시 상관인 A소령에게 성폭력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또 피해 사실을 당시 C중령에게 전했으나 같은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 B씨는 2016년 군 수사관에게 피해를 알렸다.

여성인 B씨는 성소수자라는 자신의 성정체성을 남성인 A소령에게 알렸지만, A소령이 ‘남자랑 관계를 안 해봐서 그런 것 아니냐’는 취지로 말하면서 성폭행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대위 관계자는 “성소수자라는 정체성을 알고 상관이 악용한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이른바 교정 강간이라고 표현되는 강간은 아닐지 생각된다”고 말했다.

공대위 측은 지난 9일부터 전날까지 대법원 앞에서 유죄 판결을 촉구하는 릴레이 1인 시위도 진행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