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아프간 감축” 발표 직후 美대사관 인근서 최소 8명 사상 친이란 무장단체 소행 가능성 “임기 막판 외교 중대결정 안돼”… 공화당서도 우려 목소리 나와
18일 이라크 바그다드의 알자우라 공원 앞에서 보안요원이 전날 로켓포 공격으로 부서진 인도를 살펴보고 있다. 바그다드=AP 뉴시스
AP통신 등은 이날 바그다드 내 정부 청사 및 각국 대사관 밀집 지역인 ‘그린존’을 겨냥한 로켓 공격으로 현재까지 어린이 1명이 숨지고, 민간인 5명과 군인 2명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총 7발의 로켓이 발사됐고 4발이 그린존 안에 떨어졌다. 특히 한 발은 미국대사관에서 불과 600m 거리에 떨어져 대사관 일부 건물이 흔들리고 직원들이 대피했다.
이날 공격은 미 국방부가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1월 중순까지 이라크 및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을 각각 2500명으로 감축할 것을 명령했다”는 발표를 하자마자 이뤄졌다. 현재 아프간과 이라크에는 각각 약 4500명, 3000명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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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이란의 관계도 불안한 상황이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12일 백악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이란 본토 핵시설 타격을 검토했다가 참모들의 만류로 철회했지만, 이라크 내 친이란 무장단체를 비롯해 이란에 타격을 줄 방법을 여전히 모색 중이라고 전했다. 이에 이란 정부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친이란 무장단체가 그린존을 공격할 것으로 확인될 경우 트럼프 행정부가 이를 명분으로 삼아 이라크에서 이란과 대리전을 벌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래 자국 우선주의를 내걸고 중동 내 미군 철수와 이란에 대한 ‘최대 압박’을 중동 정책의 우선순위로 삼아왔다. 임기 막판 이와 같은 중동 정책 기조 ‘대못 박기’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중동에서의 갑작스러운 미군 감축으로 인해 발생한 권력 공백을 그동안 숨죽여온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들이나 러시아, 중국 등이 채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아프간 역시 여전히 국내 정세가 안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미군이 대폭 감축되면 탈레반이 아프간 정부와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군사행위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은 성명을 통해 “너무 이른 아프간 철군이 비싼 대가를 치르게 될 수 있다. 아프간이 국제 테러범의 무대가 되거나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물러난 IS가 아프간을 새 거점으로 삼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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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로=임현석 lhs@donga.com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