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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자녀들을 가방에 가두지는 않았다. 누군가 이런 행동을 했다면 곧바로 신고했을 것 같다.”
아홉 살 초등학생을 여행용 가방 속에 감금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계모 A 씨는 18일 대전고법 제1형사부의 심리로 열린 항소심 공판에서 “친자녀들도 말을 안 들으면 가방에 가뒀나”, “누군가 이 같은 행위를 한다면 본인은 지켜볼 수 있는가”라는 재판부의 질문을 받고 이렇게 말했다.
A 씨는 아이를 가둔 가방 지퍼 부분이 터진 것을 언급하며 “가두다 터졌는지, 이후에 터졌는지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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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 안에 있던 피해 아동은 “숨이 안 쉬어진다”고 호소했으나, A 씨는 가방 위에 올라 수차례 뛰는 등 계속해서 학대했다. 이후 피해 아동의 울음소리가 줄어들었지만, A 씨는 가방 안에 그대로 방치했다.
13시간가량 가방에 갇힌 피해 아동은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됐다. 6월 3일 오후 6시 30분경 눈을 감았다.
1심을 맡은 대전지법 천안지원 형사1부는 “아이에 대한 동정심조차 찾아볼 수 없고, 그저 분노만 느껴진다”며 A 씨에게 징역 22년을 선고했다.
검찰은 형량이 지나치게 가볍다는 이유로 항소했다. 검찰은 “죄질보다 1심 형량이 너무 가벼워 무기징역 구형을 유지하려고 한다”며 “재범 위험성이 높은 만큼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도 명령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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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씨의 변호인은 “범죄 사실을 보면 11개월간 11차례 폭행했다”며 “1개월에 한번 꼴로, 상습폭행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A 씨는 평소 아이를 훈육할 때 옷방이나 옷장에 가두곤 했다”며 “이날 가방으로 바뀌어 오랜 시간 학대로 결국 숨졌지만, 살인보다 학대치사에 가깝다”고 말했다.
아울러 “1심 재판부는 A씨가 친자녀들을 범행에 끌어들였고, 향후 그 책임을 오롯이 감당해야 한다고 판시했지만, 이는 부적절하다”며 “상식적으로 학대가 아닌 살인 행위에 자녀들을 가담시켰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