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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손해액은 어떻게 정하나”…文대통령, 장관들에 질문 세례

입력 | 2020-11-17 17:35:00

"유해물질사용제한제 시행 전 위험 공백 막아야"
"지역화폐보다 지역사랑상품권 공식 용어 사용"
靑 "질문하는 대통령은 이례적이기보다 일상적"
"IACC 회의 계기 반부패 공정성 높이는 계기로"




“질문 있습니다.”

17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회의장에 문재인 대통령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안건이 의결되기 전 문 대통령이 국무위원에게 던진 질문이었다.

문 대통령은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심의·의결하는 과정에서 이같이 발언을 요청하며 “손해액의 3배를 배상하게 돼 있는데, 기업의 손해액은 어떻게 정해지는가”라고 물었다.

담당이었던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기술 탈취 정도에 따라 정해진다”고 말했고 문 대통령은 “아마 기업이 피해액을 입증하는 데 애로가 많을 것이다. 피해 입은 기업이 쉽게 배상할 수 있게 입법과 시행령을 만드는 과정에서 충분히 고려해달라”고 당부했다.

회의에 배석했던 강민석 대변인은 “대통령의 첫 질문은 말 그대로 시작이었다”며 연이어진 대통령의 질문들을 소개했다.

군용 비행장 및 군 사격장 주변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소음 피해 보상금 지원 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의 시행령안을 의결하는 과정에서 문 대통령은 “질문 있습니다”라며 또 발언을 신청했다.

문 대통령은 “시행령 대상의 군 사격장에 주한미군도 포함되는가”, “(포항의) 아파치 헬기사격장 문제도 시행령으로 해결이 가능한가”라고 물었고 서욱 국방부 장관은 “소음 피해 지역은 해당이 된다”고 답했다.

그러자 문 대통령은 “소음 피해 문제는 시행령으로 보상 근거를 마련할 수 있다는 뜻인가”라고 재차 물었고, 그 뒤로도 여러 차례 질문과 답변이 오간 뒤에야 안건이 의결됐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도 문 대통령의 질문 세례를 받았다. 유해물질 사용 제한 제품 범위를 넓히는 시행령을 설명하는 과정에 문 대통령은 “시행령 이전에는 어떻게 처리됐는가, 공백 상태였던 것 아닌가”라고 물었다.

또 “이건 성문법주의의 문제”라며 “끊임없이 새로운 제품이 개발되어 애용되고 있는데, (법이 없으면) 유해물질 사용제한 제품임에도 여러 해 유통돼 왔으면 문제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몇 년간 축적했다가, 이번에 한꺼번에 포함시켰다”면서도 “어쨌든 실기(失機)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조 장관은 “신제품 등의 경우 신속히 관리기준을 만들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그(신제품 개발) 속도가 점점 빨라질 것이다. 뒤쫓아 가서 규정을 만들고, 그때까진 공백 상태로 있어선 안 된다”며 “유해물질 사용제한제를 적용할 제품은 시행령 제정 전이라도, 어떻게 하면 제도 내에서 공백 상태를 막을 수 있는지 고민해 달라”고 주문했다.

또 일부 지자체에서 수돗물 유충 등이 나온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그간 지자체의 수돗물 사고는 지자체만으로 대응하니 해결하는데 긴 시간이 걸린 것”이라며 “환경부도 지원해서 해결 시간을 단축하고, 더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의 질문은 그 뒤로도 계속 이어졌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부터 의제기부금에 대한 설명을 듣고는 “국민들의 귀중한 기부금인데, 고용보험기금에 편입되고 나면 어떤 목적과 용도로 사용되는가”라고 물었다.

8월 말 신청 및 지급이 끝난 전 국민 대상 긴급재난지원금의 경우 미신청액이 2508억 원으로 집계됐는데, 미신청액은 전부 기부로 간주하는 ‘의제기부금’으로 편입됐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고용유지장려금, 고용촉진장려금 등으로 쓰인다”고 답하자 문 대통령은 그외 용도에 대해서 더 확인한 뒤 “의제기부라고 할지라도 국민이 기부한 소중한 돈이다. 국민에게 감사를 표해 주시고, 좋은 목적으로 사용될 것이라는 점을 잘 알려 달라”고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코리아 세일 페스타’ 성과에 대해 보고하자 “질문하나 하겠다”며 “보고 속에 ‘지역화폐’ 라는 용어를 사용했는데 공식 사용 용어인가”라고 물었고, 홍 부총리가 “예산상 공식으로 쓰는 명칭은 지역사랑상품권”이라고 답했다.

그러자 문 대통령은 “공식 용어를 쓰는 게 바람직해보인다”고 제안했다.

문 대통령의 이러한 질문 세례는 부처에 긴장감을 주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최근 잦은 개각설 등으로 흔들릴 수 있는 공직 기강 분위기를 바로잡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강 대변인은 “‘질문하는 대통령’의 모습은, 이례적이라기보다는 일상적인 것이다. 하지만 국무회의 안건이 지난 회의에 비해 많은 편이 아니었는데도 문 대통령이 민생과 관련한 안건 하나하나를 세밀히 점검 확인하고, 당부하는 바람에 안건심의에만 1시간 이상 시간이 걸렸다”며 당시 회의 분위기를 전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내달 1일부터 4일까지 열리는 ‘제19차 국제반부패회의(IACC)’ 개최 계획도 보고 받았다.

문 대통령은 “이번 회의 개최를 계기로 반부패, 청렴성, 나아가 공정성을 높이는 계기로 삼아야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또 국민권익위원회가 제작한 마스크를 착용하고 회의장에 참석하기도 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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