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미국의 선택]극심해진 정치-이념 갈등의 민낯
트럼프 호텔 앞에서 “모든 표 집계하라” 反트럼프 시위 4일(현지 시간) 미국 3대 도시 시카고에서 반트럼프 성향 시민들이 모든 투표용지가 집계돼야 한다며 ‘모든 표를 집계하라’란 팻말을 든 채 시위를 벌였다. 이들 뒤로 ‘트럼프 인터내셔널 호텔’ 간판이 빛나고 있다. 민주당 지지자가 대거 사전투표에 참여해 자신에게 불리할 것으로 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펜실베이니아 등 핵심 경합주에서의 개표를 중단하고 대선 당일인 3일 현장 투표로 대선 승자를 결정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시카고=AP 뉴시스
4일 AP통신과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은 이날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와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시위를 하며 “개표를 중단하라” “도둑질을 하지 말라”는 구호를 외쳤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기간 내내 기회 있을 때마다 명확한 증거 제시도 없이 “우편투표는 사기”라는 식의 발언을 해온 것을 강성 지지자들이 그대로 받아들여 개표 중단 요구까지 하고 나섰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미시간 애리조나 등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에게 밀리자 이 지역의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더욱 강경하게 반응했을 것으로 미 언론은 보고 있다.
디트로이트에선 우편투표를 주로 개표하고 있던 장소인 TCF센터에 수백 명의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난입해 개표 중단과 트럼프 대통령 지지 구호를 외쳤다. 경찰의 제지로 심각한 충돌이 발생하진 않았지만 개표 작업에 차질이 빚어졌다. 결국 개표소에선 시위대를 내쫓은 뒤 개표 작업을 들여다볼 수 없게 합판으로 창문을 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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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표 중단’을 주장하는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과는 반대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 지지자들은 뉴욕과 워싱턴주의 시애틀 등 주요 도시에서 “모든 투표는 집계돼야 한다”면서 시위를 벌였다. 시카고 트럼프타워 앞에 모여 “트럼프 아웃”을 외치도 했다.
대선 뒤 가장 심각한 폭력 사태가 벌어진 곳은 오리건주의 대표 도시인 포틀랜드라고 USA투데이와 AFP통신 등은 전했다. 전통적으로 진보 성향이 강하고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M·흑인 인권 운동 조직)’가 활발한 활동을 펼친 이곳에선 반트럼프 시위가 폭력적으로 바뀌며 일부 상점의 창문이 깨지고 약탈도 발생했다. 일부 시위대는 성조기도 불태웠다.
특히 시위가 확산되고 일부 시위 참여자들이 소총, 칼, 폭발물을 소지했던 것으로 나타나면서 주 당국은 주방위군 배치를 결정했다. 현지 경찰은 “폭동 상황이며 폭력이 전방위적으로 퍼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미 최소 10명이 체포됐고, 경찰은 필요할 경우 최루탄 발사 같은 강경 진압에 나설 방침이다.
워싱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공격을 당하기도 했다. 피해자들은 백인 남성 두 명과 흑인 여성 한 명인데 이들은 4일 오전 2시 반경 백악관에서 약 300m 떨어진 골목에서 괴한들이 휘두른 흉기에 찔렸다고 NBC방송은 전했다. 이들은 복부와 목에 부상을 입었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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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형 turtle@donga.com·신아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