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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슈끄지 약혼녀, 美서 사우디 왕세자 대상 손배소 제기

입력 | 2020-10-21 14:12:00

"사우디 왕세자와 고위 관리가 카슈끄지 살인 공모"
카슈끄지 죽음으로 신체적 상해와 재산상 손실 발생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반(反)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인 혐의로 미국 법정에 고발됐다. 빈 살만 왕세자는 카슈끄지 살해 사건 배후로 꼽히지만 어떠한 처벌도 받지 않았다. 그는 살인을 지시했다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2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와 NPR, 터키 아나돌루통신, 영국 BBC 등에 따르면 카슈끄지의 터키인 약혼녀 하티제 젠기즈는 이날 미국 워싱턴D.C. 법원에 빈 살만 왕세자와 사우디 고위 관료 20여명을 상대로 카슈끄지 사망에 따른 신체적 상해와 재산상 손해를 배상하라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젠기즈는 소장에서 “카슈끄지에게 재정적으로 의존하고 있었다”며 “(카슈끄지의 죽음으로) 자신이 향유했던 사랑과 교제, 도적덕 지지, 애정에 엄청난 손실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젠기즈는 2018년 9월16일 이슬람 전통에 따라 카슈끄지와 결혼했다면서 배우자 자격을 주장하고 있다. 카슈끄지는 같은해 10월2일 결혼 증명서를 발급 받고자 터키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영사관에 들렀다가 사우디 정보기관원들에게 살해당했다. 카슈끄지 죽음을 공개한 것도 영사관 밖에서 기다리던 젠기즈다.

그는 빈 살만 왕세자와 사우디 관리들이 미국에서 인권단체 ‘아랍 세계를 위한 민주주의(DAWN)를 결성해 아랍 개혁을 촉구하던 카슈끄지를 실체적 위협으로 여겼고 이를 막기 위해 살인을 공모했다고도 주장했다. 특히 미국 주재 사우디 대사관이 결혼 증명서를 발급해주지 않아 이스탄불로 가게 됐다면서 범행은 미국에서 시작됐다고 강조했다.

카슈끄지는 사우디 왕실과 친분으로 정부 고문을 맡기도 했지만 관계가 틀어져 2017년부터 미국에서 자발적인 망명 생활을 하며 워싱턴포스트(WP)에 빈 살만 왕세자의 정책을 비판하는 칼럼을 게재했다.

젠기즈는 사우디와 터키 법원이 공정한 판결을 내리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미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고 했다. 미국 법은 외국 정부 승인 아래 고문 또는 초법적 살인을 저지른 인물에 대해 소송을 허용하고 있다.

젠기즈는 이날 성명을 내어 “카슈끄지는 미국에서는 무엇이든 가능하다고 믿었다”며 “나는 정의와 책임을 묻기 위한 도구로써 미국 사법제도를 신뢰한다”고 했다.

젠기즈와 DAWN 변호사는 “빈 살만 왕세자에게 살인 책임을 묻고 진실을 밝히는 것”이 소송 목적이라고 부연했다. DAWN도 카슈끄지 사망으로 활동에 지장이 발생했다며 소송에 참여했다.

다만 이번 소송이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법조 전문가를 인용해 소송은 면책특권과 사법 관할권 논란에 직면할 것이라면서 피고인들이 국외에 있어 소송 진행도 어렵다고 했다. 다만 빈 살만 왕세자의 미국 방문을 막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한편, 사우디 정부는 젠기즈와 DAWN이 제기한 소송에 대한 입장을 밝혀달라는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고 NPR은 전했다.

사우디 정부는 카슈끄지가 이스탄불 주재 영사관에서 살해된 것은 인정했지만 빈 살만 왕세자의 지시가 아닌 현장에서 우발적으로 발생한 일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사우디 정부는 빈 살만 왕세자는 물론 사우디 측근들을 대거 무죄 또는 불기소 처분해 비난을 받기도 했다. 살인을 집행한 이들도 카슈끄지 자녀들로부터 사면을 받았다는 이유로 형을 감면했다. 당시 젠기즈는 사면에 동의하지 않았다.

빈 살만 왕세자 역시 카슈끄지 살인 지시를 부인하고 사우디 통치자로서 도의적인 책임만 인정하고 있다. 다만 미국 중앙정보부(CIA)는 앞서 빈 살만 왕세자를 살인 배후로 지목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