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당일 강력한 오로라 관측 기록… 태양에 의한 지자기폭풍 발생 증거 통신 이상 등 시스템 장애 유발 분석
1912년 4월 10일 영국 사우샘프턴을 출발해 미국 뉴욕으로 향하다가 침몰한 타이타닉호. 위키피디아 제공
과학매체 피즈오아르지(phys.org)는 22일(현지 시간) 미국의 민간 기상학자인 밀라 진코바 연구원이 타이타닉호 사고 당시 태양 표면의 폭발 활동 때문에 발생한 지자기폭풍이 침몰에 일조했다는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고 전했다. 진코바 연구원은 2000년부터 타이타닉호 관련 논문을 4차례 발표했으며, 이번 연구도 영국왕립기상학회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기상’ 8월 4일자에 실렸다.
진코바 연구원이 침몰을 유발한 원인으로 지목한 지자기폭풍은 전기를 띤 태양 입자가 대량으로 지구 대기권 밖을 강타해 발생하는 현상이다. 태양은 매초 100만 t의 물질을 우주 공간에 내뿜는데 평상시에는 지구 자기장이 막아주기 때문에 별다른 피해가 없다. 하지만 태양 입자가 빠르게 분출되는 코로나질량방출(CME) 등이 발생하면 우주궤도 인공위성과 지상의 전자·통신장비에 오작동을 일으키고 심하면 정전을 유발하기도 한다.
진코바 연구원은 이처럼 강하고 황홀한 오로라를 만들어낸 강력한 지자기폭풍이 타이타닉호의 항해 시스템에 문제를 일으켰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장 먼저 타이타닉호에 설치된 나침반이 기능을 상실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진코바 연구원은 “나침반이 정상 항로에서 0.5도라도 오차가 생기면 배는 안전에서 멀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자기폭풍이 다른 배들과의 통신을 방해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타이타닉호는 빙산과 충돌하고 약 30분 후 근처의 배들에 긴급 구조요청을 보냈다. 하지만 당시 기록과 증언을 보면 쉽사리 연락이 닿지 않았던 정황이 나타난다. 신호를 보낸 지 약 10분이 지나서야 주변의 선박 하나가 응답을 했고, 신호를 최초로 수신한 독일 선박 프랑크푸르트호도 첫 번째 신호 이후 약 20분간 다른 배들과 타이타닉호의 통신 내용을 수신하지 못했다. 구조에 나섰던 영국 선박 발틱호의 항해사도 “통신이 이상했다”는 기록을 남겼다.
타이타닉호의 침몰 원인을 천문 현상에서 찾는 연구는 2012년에도 있었다. 미국 텍사스주립대 천문학과 연구팀은 2012년 태양과 지구, 달이 일렬로 늘어서는 ‘한사리’ 현상으로 해수면 높이 차를 일으키는 기조력이 증폭되면서 빙산이 그린란드에서 대서양까지 떠내려 와 타이타닉호와 충돌을 일으켰다는 연구 결과를 미국 천문학 잡지 ‘스카이 앤드 텔레스코프’에 소개하기도 했다.
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