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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시위대의 목소리로 미국 전역이 들끓고 있다. 흑인에 대한 백인 경찰관의 과잉 진압 사건이 되풀이되며 파문이 확산되는 가운데, 마틴 루터킹 목사의 ‘나에겐 꿈이 있습니다(I have a dream)’ 명연설 현장을 그대로 재현한 집회가 열렸다. 이와 함께 주말 내내 미국 전역에서는 흑인에 대한 차별 시정, 경찰 개혁 등을 요구하는 시위가 전국적으로 벌어졌다.
28일 낮 미국 워싱턴의 링컨 기념관 앞에는 ‘반사의 연못(Reflecting Pool)’을 둘러싼 채 수천 명의 군중이 운집했다. 1963년 8월 28일 킹 목사가 같은 장소에서 행한 명연설을 기념해 열린 대규모 집회였다. 이 행사는 당초 조지 플로이드 사건 직후인 6월부터 계획돼 있었지만 최근 백인 경찰의 총격으로 비무장 흑인이 중태에 빠진 ‘제이컵 블레이크 사건’으로 관심이 더 확대됐다. 공교롭게도 이 행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열린 대통령 후보 지명 수락 연설에서 인종차별 반대 시위대를 비난한 바로 다음 날 거의 비슷한 장소에서 열렸다.
이날 집회에는 킹 목사의 장남과 손녀, 조지 플로이드 및 제이컵 블레이크의 가족을 비롯해 각계의 인권 운동가가 대거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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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 목사의 장남인 마틴 루터킹 3세는 “우리는 정의를 향한 힘든, 그러나 옳은 길로 한 단계 내딛고 있다”며 “오늘 제 아버지가 자신의 꿈을 선언했던 1963년의 행진을 기념하자”고 말했다. 제이컵 블레이크의 아버지 블레이크 시니어는 “미국에는 두 종류의 사법 시스템이 있다”며 “하나는 백인을 위한 제도이고 또 하나는 흑인을 위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민주당 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도 영상 메시지를 통해 “앞으로의 길은 쉽지 않은 길이지만 우리가 함께 한다면 역사를 만들어갈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1963년 킹목사의 연설 때는 25만 명의 군중이 모였지만 이날 집회에는 약 수천 명의 모이는 데 그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시위대의 장거리 이동이 어려운 데다, 행사장 내 사회적 거리두기가 필요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국 각지에서는 지난 주말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동시다발적으로 열렸다. 29일 블레이크 사건이 발생한 위스콘신주 커노샤에서는 수백 명이 경찰의 과잉대응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블레이크의 가족들은 시위대에 폭력 행위는 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고 이날 시위대는 폭동과 약탈을 막기 위해 가게마다 덧댄 나무 합판에 화합의 메시지를 적기도 했다.
이밖에도 노스캐롤라이나주 랠리에서는 28일 경찰이 밤 10시 통행금지를 어기는 시위대를 체포했고 시위가 장기화된 포틀랜드에서도 수백 명이 경찰과 대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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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