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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7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인구구조 변화 대응 방향’을 발표하면서 올 하반기에 경로우대 제도 개편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한 것은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지금의 노인연령과 그에 따른 혜택 등을 계속 유지하기는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갈수록 늘어나는 노인 인구 비중으로 나라 살림의 부담도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2000년 고령화사회가 된 우리나라는 2025년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있다. 고령화사회에서 초고령사회가 되기까지 프랑스는 143년, 독일 77년, 일본은 35년이 걸린 것을 감안하면 훨씬 빠른 속도다.
경로우대 제도는 1980년 70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철도와 지하철 요금을 50% 할인해 주는 것으로 시작해 1982년부터는 65세 이상으로 연령이 낮춰져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현재는 지하철은 무임승차, KTX와 새마을, 무궁화 등 기차는 주중 30% 할인 혜택이 주어지고 있다. 또 국공립 박물관이나 미술관, 고궁 등도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출산율이 전세계 최하위 수준으로 떨어지고 고령화 속도가 세계 최고 수준인 현실을 감안할 때 약 40년 전 만들어진 경로우대 제도를 손볼 때가 됐다는 지적이 줄곧 제기돼 왔다. 지하철 무임승차에 따른 전국 도시철도 손실이 연평균 5800억 원에 이르는 등 노인 경로우대로 인한 사회적 비용 문제가 만만치 않은 점도 정부가 제도 개편에 나서게 된 원인인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시의회는 노인들의 지하철 무임승차로 인한 누적손실이 2040년이면 14조 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민자사업으로 운영되는 지하철 신분당선은 노인 무임승차 혜택을 없애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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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정부 인구정책 TF 팀장을 맡은 김용범 기획재정부 차관은 27일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앞으로 현행 제도상의 할인율이나 적용 연령뿐만 아니라 여러 요인들이 종합적으로 검토될 수 있도록 경로우대제도 개선 TF를 구성해 각계 의견 수렴 후 합리적인 개편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로우대 제도의 근거가 되는 노인복지법상 연령 65세는 각종 경로우대뿐 아니라 기초연금 수급 등 공적 사회보장제도의 기준이 되는 나이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고령화에 대응하기 위해 경로우대 연령을 뒤로 늦추는 문제는 생애주기별 복지정책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 62세로 돼 있는 국민연급 수급 개시 연령도 2033년부터는 65세로 늦추기로 돼 있다. 노인 기준 연령을 상향 조정하게 되면 노인들이 현재 누리고 있는 혜택이나 정부 지원금 등의 수령 시가가 늦춰지면서 ‘소득복지 절벽’ 기간이 길어지기 때문에 이런 문제까지 함께 해결하려면 정년 연장 문제도 자연스럽게 논의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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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