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락·부산경남취재본부
이 암각화는 1971년 발견되기 6년 전인 1965년 하류에 건설된 사연댐 때문에 홍수 때만 되면 물에 잠겨 훼손되고 있다. 사연댐 수위가 53m가 넘으면 암각화가 물에 잠기기 시작하고, 57m가 되면 완전히 잠긴다. 수위가 60m가 넘으면 댐의 여수로를 통해 물이 넘쳐 태화강으로 유입된다.
18일로 25일째 완전히 물에 잠긴 암각화는 하루 최대 취수량(40여만 t)을 감안하면 홍수가 없다는 것을 전제로 앞으로 50여 일이 지나야만 침수에서 벗어날 수 있다. 김 씨는 “홍수 때를 제외하고는 사연댐 수위는 6년 전부터 48m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이 높이에 수문을 설치하면 암각화 침수를 영원히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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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울산시는 미온적이었다. “시민들을 위한 맑은 물 공급 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연댐 수위를 낮출 수 없다”는 종전 입장을 고수했다. 다행히 환경부가 5일 발표한 낙동강 통합 물 관리 방안 연구 용역에서 경북 청도군 운문댐 물을 하루 7만 t씩 울산에 공급하는 것이 포함됐다. ‘선(先) 맑은 물 확보’라는 울산시의 요구가 관철됐기에 사연댐 수문을 설치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송 시장도 11일 한국수자원공사 박재현 사장을 사연댐에서 만나 다음 달부터 사연댐 수문 설치를 위한 용역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낙동강을 끼고 있는 대구 경북 경남 등 자치단체 간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낙동강 통합 물 관리 방안이 최종 합의에 이르기까지는 쉽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50여 년째 자맥질하며 훼손되고 있는 암각화를 물에서 건져 내는 게 우선이다.
늦었지만 울산시는 용역을 빨리 수행해 사연댐 수문 설치 등 암각화 보존 노력을 보여줘야 한다. 국보 보존을 위한 울산시의 이런 노력에도 정부가 맑은 물 공급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그때 수문을 닫아도 되지 않을까.
김 대표는 “대한민국의 자존심인 반구대 암각화 보존에 국격이 달렸다고 생각한다. 사연댐 수문 설치는 더 지체할 수 없는 시대적 사명이며 책무다. 문화재 보호를 언제까지 하늘에 맡겨 놓고 ‘물고문’을 지켜봐야 하나”라며 안타까워했다.
정재락·부산경남취재본부 ra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