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용 베이징특파원
미국이 중국의 15초짜리 동영상 애플리케이션(앱) ‘틱톡’을 퇴출시키겠다고 발표하자 중국 정부는 발끈했다. 7일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브리핑실에 모인 수많은 외신 기자 앞에서 이렇게 말했다.
“틱톡은 미국 법을 준수하고 있는데, 미국은 국가 안보를 빙자해 힘을 남용하고 틱톡을 무리하게 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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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 대변인의 말을 그대로 빌려와 항의하자면, 롯데는 중국 법을 준수하고 있는데 중국은 국가 안보를 빙자해 힘을 남용하고 롯데를 무리하게 때린 것이다.
왕 대변인은 이런 말도 했다. “국제 규칙과 시장 원리가 아니라 미국의 이익만을 우선시하고 정치적 조작과 탄압을 자행하는 것은 대국의 모습이 아니며, 국가 이미지 손상과 국제적 신뢰 하락만 가져올 것이다.”
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으로 중국인들의 한국 단체여행을 사실상 금지하고, 롯데를 퇴출시킨 것에 대한 자기 반성문처럼 들릴 정도의 발언이다. 중국의 적은 과거의 중국인 셈이다. 더욱 두려운 것은 스스로 내로남불이라는 점을 알고 있을 텐데도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당시 외교부장이었던 왕이(王毅)는 지금도 외교부장이고, 당시 대변인이었던 화춘잉(華春瑩)은 지금도 대변인이다. 중국 외교부 브리핑실은 ‘푸른색 방’이란 뜻의 란팅(藍廳)으로도 불리는데, 중국에서는 푸른색이 용기 진심 등을 상징한다. 여기서 확신에 찬 어조로 전해지는 대변인의 말은 내로남불을 상쇄케 하는 뻔뻔함이 있다.
미국은 틱톡을 제재하면서 적어도 퇴출 결정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앞에서는 아닌 척하면서 뒤에서 때리는 이중적 모습은 아니라는 얘기다. 하지만 중국은 당시나 지금이나 일관되게 사드 배치에 따른 보복은 근거 없는 소문이라면서 정부 차원의 보복은 없다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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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이런 태도를 이겨내는 것은 쉽지 않다. 외부에서 아무리 비판해도 먹혀들지 않는다. 가장 효율적인 대처 방안은 중국 내부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우리가 중국을 더 잘 알아야 하고 공부해야 하는 이유다. 란팅에 울려 퍼진 중국의 단호한 목소리가 메아리가 돼 그들에게 다시 들리길 기대해 본다.
김기용 베이징특파원 k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