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명 숨진 가평 펜션 둘러보니 평균 경사도 허가기준 충족했지만… 내부 암석 급경사로 산사태 취약 뒤편은 과수원 변경해 지반 약화… 당국, 별다른 조치 없다가 참사
산사태 참사 가평 펜션, 경사지에 세워져 3일 경기 가평군 가평읍 산유리의 한 펜션에 토사가 덮쳐 3명이 사망했다. 네모로 표시된 장소가 사고가 발생한 관리동이 있던 지역이다. 관리동 위쪽으로는 암벽이 표시돼 있는데, 이 돌들의 경사가 35∼40도로 가파른 면을 타고 토사가 흘러 피해가 컸다. 관리동 위쪽에 표시한 검은 부분은 지난해 2월 27일 임야에서 과수원으로 지목을 변경한 땅이다. 과수원은 임야보다 지반이 약하고 물을 잘 흡수해 산사태에 취약하다. 가평=뉴스1
○ 35도 가파른 암석 아래 펜션
4일 가평읍 펜션 사고 현장을 찾은 이수곤 전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사고의 가장 큰 원인으로 사고를 당한 펜션 위쪽 경사도가 크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 전 교수는 “펜션 위쪽에 있는 토지 아래 돌의 경사가 35∼40도다. 가파른 경사 바로 옆에 펜션을 지으니 지반이 약해서 토사 붕괴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현행 산지관리법 시행령은 산지의 평균 경사도가 25도 이하면 지자체 허가를 받아 건물을 지을 수 있다. 산림청에서 운영하는 임업정보서비스 시스템에 따르면 사고가 난 가평읍 펜션의 경사도는 10∼15도였다. 시행령에서 허용한 경사도 기준에 부합한다.
광고 로드중
펜션 위쪽에 있는 땅이 토사가 흘러내리기 쉬운 형태였다는 점도 이번 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주변 부동산 등기부등본을 보면 펜션 뒤편 산지는 지난해 2월 가평군의 허가를 받아 임야에서 과수원으로 토지 용도(지목)가 변경됐다. 일반 임야를 과수원으로 변경하려면 2가지 절차를 거쳐야 한다. ‘산지복구준공검사’를 통해 임야 등 산지를 다른 목적으로 개발하는 것이 적절한지 지자체가 살핀다. 또 지자체가 관개 시설 등을 만들기 적합한지도 따져본 뒤 ‘개간준공허가’를 내준다.
문제는 가평군이 과수원 아래에 펜션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고 지목 변경 허가를 내줬다는 점이다. 가평군 관계자는 “토지 용도를 변경할 때 주변 주택과의 거리 등을 고려하는 규정은 없다. 과수원 허가를 낸 것에 법적으로 문제는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조원철 연세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과수원은 임야보다 물 흡수량이 2배 가까이 높아 토사 붕괴, 산사태 사고에 매우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가평군에 따르면 사고 당일 폭우로 흘러내린 토사는 과수원보다 위쪽에서 시작됐다. 지반이 약한 과수원은 이 토사를 막지 못하고 오히려 함께 무너져 내려 펜션을 덮쳤다.
○ “우면산 산사태 후에도 개선 없어”
가평군 홈페이지에 보면 189개의 펜션이 등록돼 있다. 대부분 산지와 가까운 위치에 자리 잡았다. 홈페이지 등록은 의무사항이 아니어서 가평군에만 수백 개의 펜션이 더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펜션 사고의 원인을 명확히 밝혀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이후에도 비슷한 사고가 또다시 발생할 수도 있다”고 입을 모았다.
광고 로드중
안형준 전 건국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건물을 지을 산지의 지반 구조나 특성을 꼼꼼하게 살피고, 토사 붕괴를 예방할 배수로 등의 보호 장치가 잘 갖춰졌는지 파악해야 유사한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가평=김태언 beborn@donga.com / 지민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