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을 비롯한 중부지방에 어제까지 사흘간 시간당 최고 100mm가 넘는 폭우가 쏟아져 산사태와 하천 범람으로 최소 12명이 사망하고 14명이 실종됐으며 900명이 넘는 이재민이 발생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제4호 태풍 ‘하구핏’이 상륙해 내일까지 최대 500mm의 물폭탄을 터뜨릴 전망이라니 피해 규모가 더 커질까 걱정이다.
대개 7월 말이면 끝나는 장마가 올해는 8월이 되도록 이어지는 주요 원인은 시베리아의 폭염이다. 장마는 고온다습한 북태평양고기압이 남부지방에서부터 올라와 장마전선을 북쪽으로 밀어 올리면 끝난다. 하지만 올해는 지구 온난화로 동토(凍土) 시베리아에 30도가 넘는 이상 고온 현상이 발생해 기압 배치를 바꾸면서 시베리아 동쪽에 찬 공기가 생성돼 이에 가로막힌 장마전선이 중부지방에 머물며 물을 퍼붓고 있는 것이다.
이상기후로 인한 폭우는 예측이 어렵지만 준비 부족과 늑장 대응이 피해를 키우고 있다. 이번 폭우로 산사태만 200건 넘게 발생해 10명이 사망했다. 유동인구가 많은 서울 강남역 일대는 2010년 이후 상습 침수지역이 됐지만 서울시는 2015년 ‘강남역 일대 종합배수개선대책’을 발표하고도 제대로 시행하지 않아 올해도 물난리를 겪었다. 집중호우가 내리면 5분 안에 하천 산책로가 침수되는데 진출입 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지하차도엔 폭우 위험을 알리는 안내 표지가 없는 곳이 많아 침수 피해를 방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