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공적자금 투입 등 거론 침묵하던 HDC현산 재실사 요구… 금융위, ‘법적 책임 회피용’ 분석
HDC현산은 다음 달 중순부터 12주 동안 아시아나항공을 재실사하자는 내용의 공문을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에 보냈다고 26일 밝혔다. 산은 등 채권단과 금호산업이 인수를 마무리할 것을 요구한 것에 대한 답변을 이제 내놓은 것이다.
HDC현산은 이날 보도자료에서 “4월 초부터 15차례 공문을 발송해 재점검이 필요한 세부사항을 금호산업 측에 보냈지만 계약서조차 받은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HDC현산의 인수 의지는 변함없었지만 아시아나항공의 재무 상황을 신뢰할 수 없다는 뜻을 나타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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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C현산의 이 같은 태도에 채권단과 금융당국도 사실상 매각 무산 가능성에 방점을 두고 대책 논의에 들어갔다. 이 회장은 HDC현산이 공문을 보낸 24일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아시아나항공 매각 무산에 따른 ‘플랜B’를 구체화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플랜B는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는 대신에 채권단 관리 아래 두는 것으로 대우조선해양처럼 구조조정을 통해 부실 자산을 털어내고 공적 자금을 투입하는 방식이다. 채권단 고위 관계자는 “이 회장이 회의에서 HDC현산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고 했다. 산은 관계자는 “HDC현산이 진심으로 인수를 원한다면 물밑에서 협상하는 게 우선”이라며 “이해 당사자 측 입장을 세세하게 대외에 공개하는 건 의도를 의심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도 HDC현산의 재실사 요구가 매각 무산에 따른 법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절차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무산되면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적잖은 재무 부담을 져야 하고 HDC현산은 시장 신뢰를 잃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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