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9일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 LG전자 매장에서 모델들이 장마철을 맞아 제습기, 스타일러, 워시타워 등 장마철에 유용한 가전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동아일보 DB
LG전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세계 경기 침체 속에서도 살균위생을 앞세운 이른바 신(新)가전 판매 호조에 힘입어 올해 상반기(1~6월) 글로벌 가전 1위를 재탈환할 것이 확실시된다. 여기에 첨단 기술과 디자인을 접목한 고급화 전략이 먹혀들면서 경쟁사인 월풀보다 월등한 영업이익을 올리는 등 실속까지 챙겼다.
26일 생활가전 업계에 따르면 월풀은 올해 2분기(4~6월) 매출이 40억4200만 달러(약 4조9345억 원)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 올해 1분기보다 7%가량 감소했다. 하지만 미국 내에서는 코로나19의 직격탄으로 북미와 유럽의 대형 가전매장이 5월까지 폐쇄됐던 상황을 고려하면 그나마 다행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LG전자는 최근 2분기 잠정실적 공시에서 생활가전(H&A) 부문 2분기 매출을 5조2000억~5조3000억 원 규모로 추정했다. LG전자 H&A 부문은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공기청정기 등 TV를 제외한 가정용 전자제품을 생산해 판매한다.
LG전자가 월풀을 제압한 배경으로는 신가전의 성장, 고급화 전략의 성공, 안정적인 국내 공급망 등이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우선 코로나19 확산으로 위생, 건강에 대한 지구촌 고객들의 우려를 스팀 등 살균기술을 앞세운 신가전으로 불식시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LG전자는 구체적인 수치를 밝히지 않았지만 16㎏급 대용량 건조기와 스타일러 등 스팀 기술을 활용한 가전제품의 매출이 급증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비대면 문화의 확산으로 인도나 동남아 시장 등에서 주로 인력에 의존하던 홈서비스 시장을 식기세척기, 청소기 등 가전제품이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고가의 가전제품 판매가 늘면서 영업이익도 경쟁사보다 큰 폭으로 개선됐다. 월풀의 2분기 영업이익은 7700만 달러(약 940억 원)인 데 비해 LG전자 H&A 부문은 5000억~6000억 원의 흑자를 거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LG 시그니처 등이 기존의 ‘가성비 좋은 LG전자 제품’과는 차별화된 시장을 공략하는데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LG 시그니처의 경우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 각 제품군에서 사용할 수 있는 첨단 기술을 모두 반영하고, 정제된 디자인으로 고급스러운 제품을 선호하는 고객을 겨냥한다. 다른 제품군과 비교했을 때 가격은 2배 이상 차이가 난다.
이동 제한 조치에 따라 월풀의 미국 공장이 멈춘 동안 국내 창원 공장 등을 통해 LG전자가 안정적인 생산망을 유지해온 것도 도움이 됐다. 미국 베스트바이나 유럽 세코노미 등 대형 가전판매 업체들이 5월부터 판매를 재개했을 때 LG전자는 이미 안정적인 제품 생산과 공급이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