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일촉즉발]1999년 美 오폭사건 시위 중심지 中엔 ‘대미항전 상징’으로 여겨져 다른 영사관 비해 업무량 적은곳… 더이상 확전 피하려는 신호 성격도
24일 중국 정부가 폐쇄를 명령한 쓰촨성 청두 주재 미국 총영사관 건물 외관. 청두 주재 미국 총영사관 홈페이지 캡처
중국에는 수도 베이징에 미국대사관이 있고 상하이, 광저우, 선양, 우한, 청두 등 5개 도시에 미 총영사관이 있다. 이 가운데 1985년 문을 연 청두 총영사관은 중국인에게 ‘대미 항전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곳이다.
1999년 미국이 중심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공군기가 세르비아의 수도 베오그라드 주재 중국대사관을 오폭했다. 이 사고로 중국인 4명이 숨졌고, 격분한 중국인들은 청두 주재 미국 총영사관으로 몰려가 불을 지르며 격렬하게 항의했다. 결국 빌 클린턴 당시 미 대통령이 오폭을 사과했다. 관영언론 환추(環球)시보는 24일 “중국이 미국에 항의하고 성과를 얻어냈던 장소라는 측면에서 명분과 상징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청두가 중국 내 대표적인 소수민족 밀집지역인 신장위구르자치구와 티베트자치구를 관할하고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소수민족 인권탄압 문제는 중국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힌다. 미국은 줄곧 중국의 소수민족 탄압을 공격해왔다. 청두 총영사관 폐쇄는 중국의 가장 민감한 문제를 관할하는 미국의 공관을 폐쇄한다는 의미가 된다.
청두 총영사관의 업무량과 관리 지역이 상하이 등 대도시 총영사관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고 비중이 낮다는 점도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환추시보는 “중국이 미국과의 갈등을 관리하고 통제하려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