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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진 경비원 유족 “입주민이 반성? 아직 사과도 안했다”

입력 | 2020-07-24 14:27:00

"교도소서 누구나 반성문 제출…통과 절차"
"어떤 변호사가 온다 해도 도움 안 될 것"
"반성하는 기미 안 보여…정신 못 차렸어"
입주민 측 변호인, 첫 재판서 사임 의사
검찰, 상해·무고·협박 등 7개 혐의로 기소




자신이 거주하는 아파트 경비원을 폭행한 혐의 등을 받는 입주민에 대한 첫 재판이 24일 열렸지만, 변호인이 법정에서 사임 의사를 밝혀 재판이 사실상 진행되지 못했다.

법정 방청석을 지킨 경비원의 유가족은 “아직까지 크게 반성하는 기미가 안 보인다”며 “최선을 다해 끝까지 가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날 오전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허경호) 심리로 열린 입주민 심모(48·구속기소)씨의 상해 등 혐의 1차 공판을 지켜본 경비원 최모씨의 형은 재판 이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이 밝혔다.

형 최씨는 “(피고인 측 변호인이 사임하면서) 재판이 오늘 또 연기됐는데, 이렇게 자꾸 연기되는 경우도 드물 것”이라며 “국민 모두가 알고 있는 상황인 만큼, 어떤 변호사가 와서 도와준다고 해도 전혀 가해자 측에 도움이 되지는 못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씨는 “가해자가 반성문을 제출했다고 하는데, 구치소나 교도소에 있는 이들은 누구나 다 제출하게 돼있는 하나의 통과 절차”라며 “반성문을 볼 필요도 없고, 저는 유가족의 한 사람으로서 최선을 다해 끝까지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사실 죄가 미운 것이지, 사람이 미운 것은 아니지 않느냐. 가해자에게는 제가 (사과할) 기회를 엄청 많이 줬고, 지금까지도 주고 있다”며 “그런데 가해자가 아직도 고개를 빳빳하게 들고 있는 모습을 보니까 반성하는 기미가 전혀 안 보이고 아직 정신을 못 차린 것 같다”고 덧붙였다.

최씨는 “(가해자가) 아직 제대로 된 사과를 한 적이 없다”며 “유가족의 한 사람으로서 너무 힘들고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수사 당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진 심씨는 1차 공판을 앞두고 지난 달 30일과 이 달 7일 두 차례에 걸쳐 반성문을 재판부에 제출했다. 또 이 달 22일에는 호소문도 제출했다.

한편 이날 오전 진행된 1차 공판에서 검찰이 심씨에 대한 공소사실을 밝힌 이후, 변호인은 이에 대한 인정 여부 등 입장을 말해야 하는 차례가 오자 사임하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변호인은 “(피고인과) 사전에 사임하겠다는 이야기를 나눴는데, 시간적인 이유로 새로운 변호인을 아직 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에 재판부는 심씨에게 첫 공판기일이 늦어지고 있는 점을 들며 “법원에서 국선변호인 선임을 하겠느냐, 아니면 다른 변호인을 선임하겠느냐”고 물었고, 심씨는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다.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답했다.

따라서 이날 심씨 재판은 더 이상 진행되지 못했고, 다음 달 21일 재판을 다시 열기로 했다.
서울북부지검 강력범죄전담부(부장검사 정종화)는 지난 달 심씨를 상해,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보복감금·상해·폭행), 무고, 협박 등 7개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심씨는 지난 4월21일 최씨가 아파트 주차장에서 3중 주차돼 있던 자신의 승용차를 손으로 밀어 이동시켰다는 이유로 최씨를 때려 약 2주 간의 치료를 요하는 얼굴 부위 표재성 손상 등을 가했다.

이어 같은 달 27일 최씨가 자신의 범행을 경찰에 신고했다는 사실을 알고 보복할 목적으로 최씨를 경비실 화장실까지 끌고 가 약 12분간 감금한 채 구타한 것으로 조사됐다. 최씨는 이로 인해 3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비골 골절 등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날 심씨는 감금·상해 범행 후 최씨에게 “사표를 쓰지 않으면 죽을 때까지 괴롭힌다”는 취지로 협박을 했고, 최씨는 “가족의 생계 때문에 사표를 못 쓴다”고 답하며 이에 응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심씨는 또 최씨가 관리소장 등에게 “입주민으로부터 멱살을 잡히는 등 폭행을 당했다”는 취지로 ‘거짓말’을 했다며 최씨에 대한 허위 명예훼손 고소장을 제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최씨가 말한 내용이 거짓말이 아닌 것을 알면서도 거짓말이라며 허위 고소장을 제출했다는 점에서 무고 혐의를 적용했다.

지난 5월3일에는 최씨가 자신을 경찰에 고소했다는 사실을 알고 보복할 목적으로 때렸고, 다음 날 최씨가 진행한 고소에 대해 심씨는 ‘나도 폭행 진단서를 발급받았으니 이에 따른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문자메시지 등을 최씨에게 전송하며 협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는 심씨의 감금·폭행 및 협박 등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결국 지난 5월10일 자택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