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사주는 의무보호예수라는 제도에 묶여 1년간 팔지 못한다. 그 대신 퇴사를 하면 예탁결제원에 강제로 맡겨뒀던 주식을 한 달 뒤 돌려받을 수 있다. 앞으로 1년 뒤 더 오를지, 아니면 떨어질지 아무도 장담 못 하는 게 주가다. 벤처 거품의 전설 새롬기술은 1999년 8월 2300원이었던 주가가 6개월 만에 30만8000원으로 1만3000배 이상 올랐다가 그해 연말 5500원으로 폭락한 적도 있다. 주식 투자 격언에 ‘사는 것은 기술이고, 파는 것은 예술이다’라는 말이 있다. 주식을 처분하기로 한 SK바이오팜 직원들은 매도 타이밍과 현재의 직장을 맞바꾼 셈이다.
▷우리사주의 원래 취지는 사원 복지와 함께 근로의욕 향상이다. 회사 주식을 갖고 있으니 시세 차익과 배당을 더 많이 받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일할 동기가 주어지니 회사도 좋고, 직원도 좋다는 말이다. 그런데 올라도 어느 정도가 아니라 로또 당첨 수준으로 오르니 ‘애사심(愛社心)’보다 주가가 떨어지기 전에 수익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퇴사심(退社心)’이 발동한 것이다. 우리사주 대박의 역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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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주라고 다 오르는 건 아니다. SK바이오팜처럼 ‘따상’(공모가 2배의 시초가가 형성되고 이후 상한가)과 ‘3연상’(3일째 연속 상한가)하고 한 달 가까이 오름세가 이어지는 주식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상장 직후부터 급락하기 시작해 공모가를 밑도는데도 보호예수에 묶여 하락 곡선을 쳐다보고만 있어야 하는 공모주들이 적지 않다면, SK바이오팜의 대박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직장인들의 심기를 약간이라도 달랠 수 있을까.
김광현 논설위원 kk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