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개발의 자금줄로 알려진 국영 조선무역은행(FTB) 평양 본부는 2014년 8월 중국 선양의 위장회사에서 일하는 김동철에게 암호 지령을 보냈다. 미 상무부의 제재 대상인 중국 국영 판다인터내셔널정보통신의 중국 계좌에 12만 달러(약 1억4800만 원)를 입금하라는 지시였다. 이튿날 김동철은 FTB의 위장회사인 밍정국제무역을 통해 11만9782달러를 송금했다. 이 거래는 미국 은행을 거쳐 결제됐다.
미 법무부가 28일(현지 시간) 공개한 북한·중국인 33명에 대한 50쪽 분량의 공소장에는 김동철 등의 돈세탁 및 불법거래 내역이 30쪽에 걸쳐 빼곡히 기재됐다. 또 미중 갈등의 뇌관으로 떠오른 중국 통신기업 화웨이 및 ZTE로 추정되는 중국 기업 2곳, 중국은행 5개도 언급됐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들은 중국 은행에 허위 정보를 제공하고, 판다의 북한 내 이동통신망 구축 작업에 대한 대가를 달러로 결제한 혐의로 기소됐다”고 전했다.
이번에 기소된 인사들은 모두 미국 밖에 체류하고 있어 이들을 송환해 미국 법정에 세울 수 있는 가능성은 희박하다. 미 재무부는 이미 2013년 FTB를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고, 2017년과 2018년에는 이 은행 관계자와 위장회사 등에 대해 독자 제재를 했다.
미국이 이들을 추방하거나 미국에 인도하도록 다른 국가들을 압박하고 범죄에 관여한 은행·기업을 독자제재 대상에 올릴 수 있다는 신호로 볼 수도 있다. 미국 정부는 2015년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북한의 불법거래에 관여된 6300만 달러 규모의 자산을 동결하거나 압류했다.
뉴욕=박용 특파원par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