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강빵과 진저브레드/김지현 지음·최연호 감수/355쪽·1만4800원·비채
이 책은 ‘하이디’의 검은 호밀빵에서부터 ‘허클베리 핀의 모험’의 콘비프, ‘안나 카레니나’의 플렌스부르크 굴, ‘호호 아줌마가 작아졌어요’의 월귤(越橘) 등 소설에 등장하는 이국적인 음식을 매개로 번역, 추억, 독서, 문학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간다.
‘호호 아줌마가 작아졌어요’에는 산앵두나뭇과인 링곤베리가 월귤로 번역돼 있다. 작가는 어릴 적 자연스럽게 이를 신비스러운 귤 정도로 상상했다. 애거사 크리스티의 소설 ‘외로운 신’에 나오는 롤빵은 원래 번(bun)을 의미하지만 저자는 달콤하고 푹신푹신한 롤케이크로 이해했다. 번역 과정에서 달라진 단어나 문화적 차이로 인한 이런 오해는 오히려 상상력의 원천이 돼 작품을 독특한 분위기로 기억하고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다.
실제 음식뿐 아니라 빨간 머리 앤이 마신 나무딸기 주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먹은 아주 작은 케이크처럼 상상의 음식에 대한 이야기도 실었다. 저자가 이해(혹은 오해)했던 음식과 최연호 파티시에의 감수를 받아 정리한 실제 그 음식에 대한 정보와 유래를 비교하면서 읽는 것도 재밌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