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승우 중앙대 산업보안학과 교수
그런데 당시 현지의 기술보호 담당자는 오히려 한국의 기술탈취 상황과 이유에 대해 되물었다. 선진국에서는 기업이 상대 기업의 기술과 지식재산을 존중할 뿐 아니라 한번 맺은 동반관계는 신뢰를 바탕으로 지속하는 것이 관행이었던 것이다.
최근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기술을 탈취하는 관행을 근절하기 위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상생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촉구하는 성명서가 발표됐다. 이 상생법 개정안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있는데, 특히 개정안 중 ‘기술유용에 대한 입증 책임 완화’ ‘3배 배상 제도’ 등을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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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기술유용 분쟁의 경우 실손해액에 비해 충분한 손해배상액이 주어지지 않아 피해 기업의 실효적 보호에 한계가 있다. 기술유용 행위를 통해 얻는 이익이 배상의 수준보다 높을 경우 범죄를 용인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예컨대 우리나라의 특허 손해배상액은 평균 6000만 원인 데 반해 미국은 65억7000만 원이다. 110분의 1 수준이다.
또 상생법 개정안은 수탁기업이 우선적으로 일부 사항을 입증하면 위탁기업이 기술 유용행위를 하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하도록 입증 책임을 분담시키고 있다. 당초 상생법 개정안은 기술유용 행위의 추정 규정을 담고 있었으나, 이를 수·위탁기업 간 입증 책임 분담으로 수정했다. 수탁기업이 유용 금지 기술 자료를 제공한 사실 및 해당 자료가 유용된 사실을 입증하면 위탁기업은 이에 대해 그런 행위가 없었다는 것을 반론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세계는 혁신적 기술과 창의적 아이디어가 부가가치의 핵심 요소가 되는 지식기반 경제로 변화하고 있다. 미국은 지식재산 및 기술유용 행위를 근거로 중국에 대한 무역전쟁을 선포했고 중국은 영업비밀 침해에 대한 5배 이내의 징벌적 손해배상 및 입증 책임 전환 제도를 도입했다. 이런 글로벌 경제의 흐름에 발맞춰 상생법 개정안을 통해 우리나라도 공정경제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아울러 이번 개정안이 성숙한 경제 질서와 기업문화를 정착시키는 데에도 밑거름이 될 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