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는 바야흐로 공격농구 시대다. 더 이상 수비만 해서는 이길 수 없다. 김종규(사진 가운데), 두경민, 허웅 등을 앞세워 빠른 농구를 추구하는 DB는 폭발적인 득점력으로 프로농구 무대를 주름잡고 있다. 스포츠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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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비가 강해야 우승 한다.”
과거 국내 프로농구 감독들에게서 숱하게 들을 수 있는 말이었다.
실제로 강한 수비는 우승의 필수 조건이었다. 특히 외국인 선수 한 명만 출전이 가능했던 2011~2012시즌부터 2014~2015시즌까지는 수비농구가 대세였다. 득점이 적어도 수비에서 실점을 70점 이하로 떨어뜨리는 팀이 우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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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수비농구 시대였다. 2012~2013, 2013~2014시즌에는 평균 80점을 넣는 팀이 아예 없었다. 자연스럽게 50~60점대 득점에서 승부가 가려지는 경우가 수두룩했다. 수비농구 나름의 매력이 있지만 팬들에게는 보는 재미를 떨어뜨렸다. ‘프로농구는 재미없다’는 인식이 강하게 박힌 시기다.
이제 시대가 달라졌다. 세계적으로 공격 농구가 대세다. 보수적인 성향의 한국농구도 그 흐름을 따라가는 추세다. 수비의 중요성은 여전하지만, 이제 수비만 강해서는 우승할 수 없다. 많이 득점해야 우승한다.
‘2019~2020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정규리그에서는 득점이 높은 팀들의 성적이 좋다. 원주 DB(평균 82.9점), 서울 SK(평균81.4점)가 대표적인 사례다. 1위 안양 KGC는 평균 77.9점(5위)지만, 슛 확률이 떨어질 뿐 공격횟수에서는 경기당 72.6으로 SK(72.6회·3위)와 같은 수준의 빠른 농구를 추구하고 있다.
과거와 같은 ‘저 실점 전략’으로는 우승은커녕 플레이오프 진출도 어렵다. 최소실점 1위인 현대모비스(평균 74.8실점)는 득점이 73.9점(9위) 밖에 되지 않아 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득점이 적은 4개 팀(삼성, 오리온, 현대모비스, LG) 모두 하위권이다. 4시즌 만에 외국인 선수 한 명 출전(2명 보유)으로 회귀한 첫 시즌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고무적인 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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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KCC는 라건아, 이정현, 이대성, 송교창 등 DB보다 더 강력한 공격 자원들을 보유했지만 공격 속도를 늦추고 수비에 중점을 두는 기존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역대급 멤버를 갖추고도 평균 득점이 78.7점에 머물러 상위권 경쟁에 합류하지 못하고 있다.
득점 경쟁에서 상대를 앞서지 못하면 우승도 없다. 한국농구에도 공격 시대가 도래했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